[일이삶]최저임금, 농구공의 3%와 야구공의 3%

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2019.07.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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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금액 자체가 상당히 늘어나 2.87% 올라도 240원...앞으로 인상률보다 인상액 주목해야

[일이삶]최저임금, 농구공의 3%와 야구공의 3%


한달여간의 2020년 최저임금 심의가 끝났다. 올해보다 2.87% 오른 8590원이 내년 최저시급이다. 주휴수당을 포함한 월급으로는 179만5310원 수준으로 올해보다 5만160원 늘었다. 노동계에서는 이번 인상률 채택이 "최저임금 노동자에게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며 강력 반발한다.

노동계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인상률이다.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들은 당초 올해보다 19.8% 인상된 1만원의 최저임금을 주장했다. 1차 수정안으로는 14.6% 인상된 9570원을, 최종안으로는 6.3% 인상된 8880원을 내세웠다. 최초제시안에 비해 훨씬 낮은 인상률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익위원들로부터 외면 받은 셈이다.



게다가 내년 인상률은 역대 세번째 최저치다. 노동계는 이번 결과를 두고 "철저히 자본 편에 서는 데서 나아가 정부가 가진 권한으로 최저임금 포기와 소득주도성장 폐기를 선언한 셈"이라며 투쟁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이번 심의에 공익위원 간사로 참여했던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 교수는 이 같은 노동계의 주장을 반박했다. 우선 지난 2년간 29.1% 올랐던 최저임금 인상률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권 교수는 "최근 3년간 평균 인상률이 9.9%"라며 "역대 세번째로 낮은 인상률이라고 평가하기보다는, 현 정부에서 매년 거의 10%씩 오른 추세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과거에 비해 높아진 최저임금의 규모도 언급했다. 그는 "최저임금의 덩어리가 커져서, 예전에 야구공이었다면 지금은 농구공"이라며 "농구공의 1~2%가 야구공의 7~8%보다 훨씬 효과가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국민들이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주장은 역대 최저임금 기록에서도 확인된다. 내년도 인상률은 IMF 직후인 1998년의 2.7%,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2.75%에 이어 역대 세번째로 낮은 게 맞다. 하지만 인상금액인 240원은 역대 최저와는 거리가 멀다.

2000년 이후 최저임금 인상금액이 240원보다 낮았던 적이 6번이다. 특히 2002년에는 12.6%를 올렸는데, 이때의 인상금액은 235원이었다. 2012년과 2013년에는 각각 6.0%, 6.1%씩 올렸는데 이때 인상금액은 260원과 280원으로 내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최저임금의 절대값이 커질수록 인상률은 과거에 비해 낮아질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더군다나 지난 2년간의 최저임금 인상은 과거에 비해 한층 빠른 금액 증가를 보였다. 2009년 4000원이던 최저임금이 2017년 6470원으로 8년간 2470원 올랐는데, 지난 2년간 1880원이 올랐다. 8590원인 내년 최저임금에서 4%만 더 올려도 2021년 최저임금은 9000원에 가깝게 오른다.

최저임금 심의 과정이 노사간 줄다리기와 공익위원 설득 과정이라지만 명분상으로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등의 경제지표를 반영해야 한다. 앞으로 물가가 비약적으로 올라가지 않는 이상 과거와 같은 고율의 최저임금 인상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저율 인상에도 불구, 과거 못지 않은 인상액은 유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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