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시간 최저임금 협상 막전막후…"4%대 인상도 가능했다"

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2019.07.1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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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잦은 퇴장과 연기 요구·'2022년 1만원' 명분 포기 못한 노동계...공익위원 마음 못 돌려놔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2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전원회의장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13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8590원으로 결정한 뒤 회의실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사용자위원 안 8590원과 근로자위원 안 8880원을 놓고 투표한 결과 사용자안 15표, 근로자안 11표, 기권 1표로 사용자안을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최종 결정했다. /사진=뉴스1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2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전원회의장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13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8590원으로 결정한 뒤 회의실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사용자위원 안 8590원과 근로자위원 안 8880원을 놓고 투표한 결과 사용자안 15표, 근로자안 11표, 기권 1표로 사용자안을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최종 결정했다. /사진=뉴스1


2020년 최저임금이 노동계의 기대와 달리 2.87%의 비교적 낮은 인상률로 결정된 것을 논리 대결의 결과가 아니었다. 양대노총의 불협화음이 근로자위원들의 전술을 짜는 데 장애가 됐다. 명분을 버리지 못한 근로자위원들의 최종제시안 '6.3% 인상'도 공익위원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3차 전원회의에서는 사용자위원이 내놓은 2.87% 인상안이 채택됐다. 올해보다 240원 오른 8590원이다. 근로자위원은 6.3% 인상안(8880원)을 최종제시안으로 내놨지만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 9명 중 2명의 지지만 얻을 수 있었다.



노사 양측이 내세운 논리는 지난 10여차례의 회의와 비슷했다. 근로자위원들은 최저생계비 문제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추가 인상의 필요성, 최저임금 1만원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사용자위원들은 지난 2년간의 급격한 인상과 최근 경제상황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과 함께 최근 이슈가 된 일본의 수출규제조치를 거론하며 앞으로 대외환경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강하게 주장했다.

공익위원의 마음이 돌아선 것은 사용자위원의 논리가 더 정연해서가 아니었다. 우선 민주노총의 잦은 퇴장과 정회 요구가 영향을 미쳤다. 민주노총 계열 근로자위원 4명은 11일 오후 4시30분쯤 회의가 시작된 뒤 13시간 동안 수차례의 정회를 요구하며 회의장 밖에서 따로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들은 근로자위원안조차 준비하지 않은 상태였다. 심지어 이날 오후 9시까지는 회의에 참여해야하는지도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특히 이들은 민주노총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고 회의장에 들어온 게 아니었다. 회의 내내 고용노동부 청사 앞에 차려진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천막을 드나들며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등 수십명의 조직원들과 논의하고, 그 결과를 회의장에 전달한 뒤 다시 천막으로 돌아가길 반복했다. 이들은 표결을 연기하고 최종제시안을 14일에 내자는 입장도 전했으나 공익위원 9명 모두 이날 표결을 해야한다고 강하게 압박했다. 한국노총 근로자위원들은 이날 표결하자는 데 동의했다.

이 때문에 한국노총 근로자위원들과의 공동전술을 짜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한국노총 근로자위원들은 △민주노총이 합류할 경우 △민주노총 없이 한국노총만으로 표결에 임할 경우 등 두 가지 상황에 따른 근로자위원 최종제시안을 따로 만드는 등 혼란을 겪었다. 민주노총이 합류하지 않았을 경우 최종제시안인 6.3%보다 더 낮은 제시안을 낼 방침이었다.

결국 여러 차례의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거친 민주노총 근로자위원들이 회의장에 복귀하면서 한국노총 근로자위원들과 최종제시안을 조율했다. 이번 심의에서는 최초제시안(1만원 대 8000원) 이후 1차 수정안(9570원 대 8185원)이 나온 뒤 곧바로 최종안(8880원 대 8590원)이 나왔다. 근로자위원의 최종제시안인 6.3% 인상은 2022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만들기 위해 내세울 수 있는 최소한의 인상률이었다.


공익위원 중 사용자위원의 2.87% 인상안에 표를 던진 6명은 이 같은 '최저임금 1만원' 방향에 대해 의문을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최저임금위원회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만약 한국노총만 들어오거나, 양대노총이 조율해서 4% 가량의 인상률을 제시했다면 보다 많은 공익위원의 마음이 움직였을 가능성이 크다"며 "실리보다 명분을 택한 근로자위원들의 제시안이 공익위원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사용자위원들은 지난 3일 회의에 소상공인 대표 2명이 불참한 것을 제외하면 시종일관 단결된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3%는 도저히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들은 3.0% 인상시 최저임금인 8600원보다 10원 낮은 8590원을 최종안으로 제시했다. 결국 2.87%와 6.3% 사이에서 고민하던 공익위원들은 경영계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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