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유조선 '英-이란' 갈등고조…美, 파병 요청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19.07.1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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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호르무즈 해협 지나는 영국 유조선 진로 방해하며 나포 시도…미국은 동맹국에 파병 요청

이란 소형 군 쾌속정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고 있다. 이 해협에는 매달 유조선 1000여 척이 항해한다. /사진=AFP이란 소형 군 쾌속정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고 있다. 이 해협에는 매달 유조선 1000여 척이 항해한다. /사진=AFP


이란 정예부대인 혁명수비대 소속 무장 선박들이 호르무즈해협 근처에서 영국 유조선의 나포를 시도하면서 이란과 영국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처럼 연일 긴장 분위기가 조성되자 미국은 이 지역 민간 선박 보호를 명분으로 동맹국들에 '호르무즈 파병'을 요청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란 선박 5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우리 유조선의 항로를 방해하려 했다"며 "이란의 이번 행위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이란 무장선박 5척이 영국 유조선 '브리티시 헤리티지호'를 따라붙으면서 발생했다. 브리티시 헤리티지호는 이라크 바스라항에서 원유를 실은 뒤 페르시아만을 지나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던 중이던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정부의 공식 성명에 앞서 CNN 등 미 언론들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 선박들이 영국 유조선을 이란 영해에 정박시키려 했다"고 전했다. CNN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상공을 비행하던 미국 유인 정찰기가 당시 상황을 모두 촬영했다.



뒤따라오던 영국 구축함 '몬트로즈함'이 조준 사격을 경고하자 이란 선박들은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은 사건 전날 이란의 보복에 대비해 자국 유조선을 호위하는 몬트로즈함을 투입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를 모두 부인했다. 혁명수비대는 이날 "지난 24시간 동안 영국을 포함한 외국 선박과 마주친 일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이달 초 원유를 싣고 시리아로 이동하던 이란 유조선 '그레이스1'을 영국 해군이 나포한 사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추정된다. 그레이스1은 유럽연합(EU) 제재를 어기고 이란의 동맹인 시리아에 원유를 공급하려 했다는 의심을 받는 선박이다. 이란 핵 협정 파기 문제로 이란과 서방 주요국가들이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NYT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은 전세계 석유 공급량의 20%를 차지하며 매달 1000여 척의 유조선이 드나드는 중동의 핵심 지역이다. 이란은 미국의 원유 수입 금지 조치 등 경제 제재에 맞서 이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했다. 실제로 지난 5월과 6월에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민간 유조선이 이란 혁명수비대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일련의 사건들로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호위에 대한 군사 연합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조지프 던포드 미 합참의장은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자유로운 항해를 보장할 연합체를 구성하기 위해 여러 국가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 정부에 연합체 형성을 위한 군사 파병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 측에도 파병 요청 등 관련 협의가 이뤄지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날 국제유가는 이란을 둘러싼 중동 지역 긴장 등에도 수요 둔화 우려가 다시 부상하며 소폭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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