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대기업 직원이 SV 직접투자, SK 혁신의 의미는

머니투데이 김정태 미스크(MYSC) 대표 2019.07.1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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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미스크(MYSC) 대표

SK이노베이션에 지난 6월의 마지막 금요일 아침은 여느 금요일과 달랐다. 서울 본사는 물론 전국 사업장에서 1500명 이상의 직원이 모니터 화면에 집중하며 마우스에 손을 올렸다. 곧 시작될 크라우드펀딩 신청 때문이었다. 투자 등록이 시작된 지 20분 만에 펀딩이 마감됐다. 이날 하루에 모인 금액만 47억원.

SK이노베이션은 여기에 같은 금액을 매칭해 사회적 기업(소셜벤처)에 투자했다. 대기업 직원과 회사가 함께 사회적기업에 투자한 것이다. 국내 최초이자 해외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이날의 풍경은 SK이노베이션이 시작한 사회적기업 육성 프로그램인 'SV(사회적기업)스퀘어 임팩트 파트너링'의 본격적인 시작을 의미했다. SK이노베이션의 사회적기업 육성 정책은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셜벤처들과 협업해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가치를 창출하는 이른바 '오픈이노베이션'이 그 핵심에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성과를 동시에 추구하는 더블바텀라인(Double Bottom Line)을 경영 철학으로 삼고 있다. 오픈이노베이션은 더블바텀라인의 SK이노베이션 버전인 셈이다. 이 프로그램은 문재인 대통령과 주요 부처 장관이 참석한 지난 7월 5일 '제2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에서 민간기업의 사회적 책임 수행 우수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벤처 투자는 원금 손실 위험이 큰 투자로 인식된다. 에너지 업계처럼 안정적 성향을 보이는 업종에서, 그것도 대기업에서 이런 시도가 이뤄진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그럼에도 SK이노베이션이 이러한 시도에 나선 것은 혁신이 없이는 어떤 대기업도 불확실한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수많은 혁신 프로그램이 탄생했지만 사회에 별다른 변화의 에너지를 미치지 못하고 사라졌다. 이는 혁신을 실제로 이룰 구성원들의 동의와 지지, 그리고 구체적인 참여 없이 리더십의 방향 제시와 당위성만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임팩트 파트너링은 구성원이 참여하고 싶은 설계를 통해 혁신의 계기와 시작을 알렸다는 점에서 많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큰 시사점을 던진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펀딩받은 사회적기업은 △파력(파도)발전으로 보다 효과적인 재생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인진 △개량된 산소발생 마스크를 통해 작업 효율을 높여 산업안전 문화를 고도화할 ㈜오투엠 △해조류 등 신소재를 바탕으로 일상용품을 대체해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마린이노베이션 △개인별 분산형 재생에너지원으로서 탁월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이노마드 등이다. 해당 기업에 SK이노베이션 구성원들이 프로보노(전문지식을 활용한 지원)로 참여함과 동시에 공동사업 협업을 진행하게 된다.

이런 변화는 과연 이례적인 것일까. SK라는 한 대기업의 요란스러운 접근일까. 그렇지 않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비즈니스 환경과 변화는 이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작년 취업규칙 개정을 통해 1만8000명의 직원에게 본업 외 부업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1000개가 넘는 조사 대상 기업 중 23%가 겸업 또는 부업을 허용하고 있다. 이는 일하는 방식이 과거와 완전히 다른, 전혀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이 나타남을 의미한다. 대기업 직원에게도 개인이 옹호하고 지지하는 사회적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사업에 참여하고 몰입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제공하는 기업에 인재들이 몰려들 것이다. 탁월한 인재들이 해당 기업에 더욱 오래 남게 될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이 추진하는 이번 시도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다.
김정태 미스크 대표김정태 미스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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