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보난자제약, 상장위 '미승인'…中 기업 상장길 막혔다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2019.07.1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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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중국기업 역외지주사 상장 차단…"국내 지주사만 허용"

중국 보난자제약, 상장위 '미승인'…中 기업 상장길 막혔다


중국 보난자제약이 최근 코스닥 상장위원회에서 미승인 결과를 받아들었다. 보난자제약과 주관사인 DB금융투자는 코스닥시장위원회 판단까지 받아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상장위원회 미승인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사실상 높지 않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보난자제약은 지난 4일 한국거래소 상장위원회 심의에서 미승인 결과를 받았다. 코스닥 시장위원회 개최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중국 허난성 소재 기업인 보난자제약은 올해 중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업체다. 지난해 6월 한국거래소와 사전협의를 거쳐 올해 2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증치세 연간분 입증 자료를 확보해 제출하는 등 거래소에서 중국기업에 요구하는 기초 회계자료 요건을 갖췄다. 한국거래소 상장부 관계자들이 직접 기업 실사에 나서는 등 사전협의 기간까지 포함하며 심사에만 1년여가 소요됐다.



보난자제약은 중약제 제조업체로 대표제품은 혈전용해제다. 내수 판매용으로 중국 위생국의 허가를 받았으며 최근 사업연도인 지난 2017년 기준 매출액 4억9624만위안(약 829억원), 당기순이익 1억7447만위안(291억원), 자기자본 3억6323만위안(607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2017년 실적은 중국 정부가 의약품 규제당국과 관련 법령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의약품 유통마진 등이 증가하면서 일시적으로 호조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의약품 규제당국을 중국 CFDA(국가식품의약품감독관리총국)에서 NMPA(국가약품감독관리국)로 조직개편했으며 새로운 명칭인 NMPA는 지난해 9월 1일부터 사용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제약기업으로 보기에는 특허가 미비하고 내부 연구개발(R&D) 인력도 국내 제약업종이나 바이오기업 대비 현저히 적었던 것이 미승인 사유"라며 "최근 사업연도 순이익이 전년 대비 급감하는 등 실적 안정성에서도 의문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해외IPO팀을 꾸려 보난자제약·캉푸 등 중국기업 상장을 준비한 DB금융투자로선 다소 허탈한 입장이다. DB금융투자 외에도 유진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 등이 중국 기업 IPO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유통시장 하락세와 맞물려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더욱 얼어붙는 추세다. 올해도 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 두 곳이 각각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차이나그레이트 (12원 ▼12 -50.0%), 이스트아시아홀딩스 (93원 ▼1 -1.06%)는 지난 4월 최근 사업연도 감사보고서에서 감사의견이 범위제한으로 인한 의견거절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두 회사는 기업심사위원회 심의·의결을 통해 2020년 5월 11일까지 개선기간이 부여됐으나 현재 매매거래는 정지된 상태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한 번의 비적정 감사 의견에 따라 상장폐지되는 일을 막기 위해 1년 유예 조치를 취했다. 다음 회계연도에 적정 의견을 받거나 재감사에서 적정 의견을 받으면 상장폐지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세계 증시에서 중국 기업의 회계 불투명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코스닥 뿐 아니라 미국 나스닥,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 등에서도 중국 기업에 대한 상장심사 기준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국 기업 심사와 관련 잣대를 높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6월 말 외국 회사의 지주회사 상장은 지주회사가 한국에 있을 때만 허용하도록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및 시행규칙을 일부 개정했다. 또 외국 사업회사(미국·일본·영국·독일 등 적격해외증권시장 제외)가 코스닥시장에 상장하기 위해선 국내외 대형 회계법인을 감사인으로 선임해야 한다.

그간 국내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은 모두 홍콩·케이맨제도 등에 SPC(특수목적법인)를 설립하고 이 회사를 지주사로 상장 절차를 밟았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이번 개정안을 두고 중국 기업의 국내 상장 경로를 사실상 차단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까지 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24개사로 지난해 말 차이나하오란의 상장폐지가 결정되며 11곳이 상장폐지됐다. 개선기간이 부여된 차이나그레이트, 이스트아시아홀딩스의 상장폐지가 결정될 경우 상장폐지 종목은 13개사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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