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을 짓 해서…" 베트남 아내 폭행한 한국인 남편의 주장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19.07.0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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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사실 인정하며 "살림 제대로 하지 않아서 때렸다"고 진술

지난 5일부터 베트남 출신 여성이 남편에게 무차별 폭행당하는 영상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산했다. 폭행 당하는 여성 옆에는 두 살 배기 아들이 울며 서있다. 사진은 해당 영상 캡처/사진=페이스북지난 5일부터 베트남 출신 여성이 남편에게 무차별 폭행당하는 영상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산했다. 폭행 당하는 여성 옆에는 두 살 배기 아들이 울며 서있다. 사진은 해당 영상 캡처/사진=페이스북


베트남 출신 이주 여성 아내를 무차별 폭행한 한국인 남편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가해 남성은 폭행 사실을 인정했지만 "아내가 맞을 만한 행동을 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박요진 광주CBS 기자는 "남편 A씨(36)는 출입국 사무소에서 베트남 국적 지인을 만난 아내 B씨(30)가 베트남어로 이야기 나누는 모습에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라며 "또 평소 자신에게 말대꾸한다거나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등 살림을 제대로 하지 않아 아내가 맞을 만한 행동을 했다는 입장을 유지 중이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7일 베트남 이주 여성인 아내를 폭행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에겐 특수상해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지난 4일 밤 9시쯤 전남 영암군 삼호읍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서 베트남 출신의 부인 B(30)씨를 주먹과 발, 둔기 등으로 수차례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일을 나가지 않은 A씨는 집에서 소주 2~3병을 마셨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아내 B씨와 아들 C군(2)을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B씨에게 물병을 던지고 소주병을 휘둘러 상해를 입힌 혐의(특수상해)를 받고 있다. 또 이날 "말을 듣지 않는다"며 C군을 집에 있는 낚싯대를 이용, 발바닥을 3차례가량 때린 혐의도 받는다.

앞서 지난 5일 SNS·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A씨가 울부짖는 아들 앞에서 B씨의 뺨을 때리고 발로 걷어차는 등 폭행하는 영상이 올라와 파문이 일었다. 폭행 영상은 A씨의 상습적인 폭행을 견디다 못한 B씨가 직접 휴대전화를 설치해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격적인 영상이지만 전문가들은 "놀랄 일이 아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한국인 남편이 이주 여성 아내를 폭행하는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왕지연 한국이주여성연합회 회장은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이런 일은 저희 주변에서 번번이 일어나고 있다. 이번 사건의 피해 여성은 그래도 똑똑한 편이라 이렇게 (영상을) 공개한 것"이라며 "가끔 저한테 얼굴에 피가 묻은 사진을 보내는 이주 여성도 있다. 신체적 폭행이 아니더라도 정서적인 학대로 고통받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신고조차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 입국한 지 얼마 안 된 이주 여성들이 신고하는 절차를 모르기 때문"이라며 "또 2~3차 가해가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거나 신고해도 철회하는 경우가 다반사다"고 전했다.

왕 회장은 "2차, 3차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법을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 대안이 없다"라며 "이주 여성에 대한 동정심 보다는 제대로 된 울타리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이주 여성만 교육할 것이 아니라 남편들에게도 인권 교육, 가정 폭력 방지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찰은 상습 폭행 혐의 적용 여부를 두고 A씨에 대한 보강 수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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