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부터 이주 여성이 남편으로 보이는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당하는 영상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산했다. 사진은 해당 영상 캡처/사진=페이스북
두 살 아들 앞 엄마를, 마구 때렸다
전남 영암경찰서는 7일 베트남 이주 여성 A씨(30)를 폭행한 남편 B씨(36)를 긴급 체포해 조사 중이라 밝혔다. B씨는 A씨 뺨과 머리, 옆구리 등을리고 발로 걷어차는 등 폭력을 저질렀다. 두살짜리 아들은 이를 모두 지켜보며 "엄마, 엄마"를 외치며 울었다. 하지만 B씨는 아랑곳 않고 폭행을 이어갔다.
A씨가 폭행 당한 이유는 한국말이 서툴러서. B씨는 술을 마신 상태에서 A씨를 자주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남편이 때릴 때면 A씨는 한국말로 "잘못했습니다. 때리지 마세요"하며 빌었다. 경찰은 그가 이 말을 자주 사용해 잘한다고 했다.
결혼 이주여성 42% '가정폭력', 19명은 살해당해
이주여성을 향한 폭력 등 인권침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A씨 사례는 '빙산 일각'이라는 것.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결혼 이주여성 9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4명 이상(42%)이 가정 폭력을 당했다. 이중 68%(263명)는 성적 학대를 당했고, 38%(147명)는 폭력 위협을 겪었으며, 19.9%(77명)는 흉기로 협박 당했다. 화두가 된 베트남 여성 폭행은 극히 일부란 얘기다. 심지어 반복된 폭력에 시달리다 살해 당하기도 한다. 한 민간단체 조사에 따르면 2017년 이전까지 남편에게 살해당한 이주민 여성이 19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2월 경남 양산시 한 주택에선 필리핀 출신 30대 이주여성 C씨가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인 남편 D씨(60)가 부부싸움을 하다 흉기로 C씨를 수차례 찌르고 목을 졸라 숨지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 결혼하며 한국에 왔다. 이후 7년간 친정도 못 갔고, 한 달 120만원 남짓한 돈을 벌며 생계까지 책임진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숨진 뒤에야 머나먼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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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초반 중국 동포였던 E씨는 2017년 2월 알콜 중독증인 남편 F씨에게 살해 당했다. 1996년 결혼한 뒤 창원에서 살았고, 상습 폭력을 당했다. F씨는 심지어 아이와 장모가 보는 앞에서도 폭행을 일삼았다.
'성폭력'도 비일비재
/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또 베트남 이주여성 I씨는 시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가해자 처벌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합의 요구를 받았다가 거절했고, 이후 혼인 취소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온 언니를 간호하기 위해 캄보디아에서 온 J씨는 1년간 형부에게 성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그는 "가정을 파괴하겠다"는 형부 협박에 피해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도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주여성 '사각지대', 맞아도 참는다
대구·경북지역 6개 시민단체가 13일 오전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앞에서 결혼이주여성 처제 성폭력 가해자의 엄중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문제가 생겼을 때 한국을 떠나야한단 불안도 피해자를 숨죽이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미등록 체류자의 경우엔 더하다. 그래서 폭력 피해를 당하고도 참고 사는 경우가 빈번하게 생긴다.
이와 관련해 정부도 문제를 인식, 해결방안 마련에 나섰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4월19일 폭력 피해를 입은 이주여성의 한국 사회 정착과 인권 보호를 위해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인천여성의 전화, 충북 이주여성인권센터 세 곳을 '폭력 피해 이주여성 상담소'로 선정했다. 이들 상담소에선 이주여성의 모국어로 전문 상담이 이뤄진다. 의료·법률 지원과 체류 기간 연장 등 권리 보호를 위한 정보도 제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