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초 이후 지난달 21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일본 주식 699억달러어치(약 81조7400억원)를 순매도했다. 아베노믹스 초기였던 2013년만해도 1399억달러(163조6000억원)를 사들였으나, 이듬해 급감한 순매수량은 지난해와 올해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에만 5조6300억엔어치(61조1055억원)를 순매도해, 미국 월가의 '블랙 먼데이' 폭락이 있던 1987년 이후 최대 규모에 달했다.
관련 업계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은 눈에 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20개월 만에 일본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한 단계 낮췄고, 투자은행 제프리금융그룹(JEF) 역시 일본 주식 전망을 지난달 '보통 하락세(modestly bearish)'로 낮췄다.
타케오 카마이 CLSA증권 본부장은 "중국 시장이 발달하고 유동성이 높아지며 일본으로부터 더 많은 자금을 끌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주가지수 산출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지난 2월 올해 세 차례에 걸쳐 중국 본토기업 주식인 A주 편입비중을 현재 시가총액 5%에서 20%로 높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일본 기업 수익 전망을 두고 신중론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조나단 알럼 SMBC닛코증권 전략가는 "최근 조사는 투자자들이 세계 경제 전망이 비관적임을 보여준다"며 "이는 특히 일본 쪽의 위험노출액을 줄이는 데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러 해외 주식 중 일본의 비중이 유독 작아진 이유로는 시장의 개방성이 꼽혔다. 일본은 공개된 자본 계좌, 자유롭게 환전 가능한 통화, 정교한 옵션과 선물 시장 등을 지니고 있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 추구·회피 성향을 거리낌 없이 드러낸다는 것이다. 스미스 매니저는 "일본은 시장이 열려있고 유동성도 높아 위험 자산 회피 성향을 드러내기 적합한 곳"이라며 "(이러한 성향은) 일본 시장 자체와 상관없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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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투자자들이 일본 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스미스 매니저는 "투자자들이 중국이나 싱가포르로 떠나면서, 일본은 비전문가나 수동적 자금(ETF(지수연동펀드), 인덱스펀드 등) 위주로 거래된다"며 "시장을 잘 알던 액티브 매니저들은 사라졌거나 많이 줄어든 상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