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나란히 선 한,미,일 정상/사진=AFP
지난 3일 블룸버그는 "수 십 년 동안, 한국과 미국은 그들 사이의 불화를 수사적인(rhetorical) 비난과 외교적 모욕 등에 국한해 다뤄 왔었다"며 "이제 미국이 점점 방관 자세를 보이면서 그것(양국간 불화)은 경제분쟁으로 표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1910~1945년까지 일본의 한반도 식민통치를 두고 무엇이 (일본의) 적절한 참회인가에 대한 그들 사이 논쟁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수출 제한이 발효되는 4일부터 (양상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려되는 점은 미국의 주요 무역 파트너이자 미국 동맹국 사이 긴장이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소용돌이 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일 관계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대니얼 스나이더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 교수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경제전쟁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하다"며 "미국은 동북아시아의 두 주요 동맹국(한일) 간 긴장의 고조가 우리 국가 안보와 이익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주일 동안 일본과 한국을 연달아 방문했지만 한일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공식 발표는 하지 않고 있다"며 "이 정부(트럼프 행정부)는 그들의 책임을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무엇보다 미국이 북한의 안보 위협이나 중국 군사력의 부상을 다룸에 있어 한미일 3국간 긴밀한 공조는 늘 중요시 돼왔다는 설명이다. 최근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미중간 군사적 긴장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일, 미 국무부도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결과에 대해 설명자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전략과 한국의 새로운 남방 정책 사이에서의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탐색했다"며 "(한미 양국은) 일본과도 보안을 위한 협력에 공조하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강조했다.
지정학적 역학관계 뿐 아니라 한일 경제갈등이 미국 기업에도 직접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들도 나온다.
일본의 수출 규제 품목들은 반도체나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데 있어 국내 전자기업의 의존도가 큰 것들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같은 기업들이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경우 미국의 애플, 기타 전자 완제품 업체들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전세계 전자산업 공급망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한일 갈등이 격화되고 미국이 이를 방관하는 사이, 중국의 영향력만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동아시아 경제 전문가이자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은 4일 닛케이아시안리뷰에 기고를 통해 "수출 규제는 일본보다 중국 기업들에 더 좋은 소식"이라며 "일본과 한국 제조업의 상호 연관성을 감안할 때 (한일 전자산업) 붕괴는 중국의 강점만 부각시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