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경제보복'에 애플·소니·화웨이가 긴장한 이유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9.07.0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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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도체, 세계 공급망 중요한 축…애플 아이폰·소니 TV 등 한국산 부품 사용
日 소재·부품 기업도 큰 충격…WSJ '진주만 공격' 예로 들며 비판

(도쿄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일 (현지시간) 도쿄 총리관저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도쿄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일 (현지시간) 도쿄 총리관저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아베 신조 일본 정부가 '징용 판결' 관련 한국에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을 제한하는 경제보복에 나서면서 세계 공급망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 반도체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 미국이나 중국, 일본 등의 전자제품 제조사도 피해를 볼 수 있어서다. 일본의 경제보복이 단순히 한국 경제에 피해를 주는 것을 넘어 세계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 영문 매체 닛케이아시안리뷰(NAR)는 2일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제한이 세계 전자 제조업 전반에 파급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오는 4일부터 일본이 세계 시장의 70~90%를 차지하면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에 꼭 필요한 ▶포토레지스트(감광액)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3개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때 반드시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일본 정부의 판단에 따라 수출이 불가할 수도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그동안 일본으로부터 해당 소재를 수입하던 한국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부품이나 소재 재고는 1~2달 치만 쌓아놓기 때문이다.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일본이 핵심소재 수출을 금지하면 두 달 뒤 한국 내 반도체 생산이 완전히 멈출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의 반도체 생산 차질은 세계 경제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세계 D램 반도체 생산의 70%, 낸드플래시 메모리(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보존하는 반도체)는 50% 이상을 책임지는 한국이 반도체 생산을 멈추면 세계 주요 전자제품 기업들도 생산설비 가동률이 떨어질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애플과 중국 화웨이의 스마트폰, HP와 레노버의 개인용컴퓨터, 일본 소니와 파나소닉의 TV 등에 모두 한국산 반도체가 탑재되고 있다.



한 일본 전자장비 제조사 대표는 NAR과의 인터뷰에서 "메모리 반도체 같은 한국산 부품 공급이 지연되면 애플의 아이폰 생산이 줄고, 이는 결국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일본 기업에도 충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 부품을 사용하는 미국과 중국 등 고객사들이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적인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일본은 한국은 수출 우대국가인 '화이트 리스트에서도 제외할 계획"이라며 "세계 공급체인은 물론 기술·전자 업계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격을 예로 들며 아베 정부의 경제보복을 비판했다. 당시 미국과 영국은 일본 제국주의 팽창을 막기 위해 일본으로의 고철과 석유 수출을 금지했는데, 이는 일제가 하와이에 있는 미 해군 기지를 기습 공격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WSJ은 "오래전 자원 빈국의 취약성을 깨달은 일본이 기술 수출을 외교 무기로 사용하기로 한 것은 (외교) 전략의 격변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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