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험료 싸지만 해지 땐 '0원'…무해지보험 손본다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19.07.05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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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무해지·저해지 환급형 상품 설계 기준 제정 추진…납입완료 시점 전후 환급금 급변 완화 방안 마련

[단독]보험료 싸지만 해지 땐 '0원'…무해지보험 손본다


금융당국이 무해지·저해지 보험상품의 환급금 설계 기준을 손 본다. 납입 완료 시점을 기준으로 하루 사이에 환급금이 0원에서 최대 수천만원까지 달라져 민원 발생 우려가 높고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4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무해지·저해지 환급금 보험상품의 설계 기준 마련을 위해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무해지·저해지 환급금 상품이란 보험료가 일반 상품보다 싼 대신 납입 기간을 채우기 전에 해지하면 해지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것이 특징이다. 납입 완료 기간까지 보험료를 내면 환급금이 일반 상품과 같아지기 때문에 중간에 해지하지 않으면 저렴한 보험료로 일반 상품과 같은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문제는 납입 기간이 끝나기 전에 해지할 경우다. 무해지·저해지 환급금 상품은 기간별로 해지환급금 수준이 다르다. 예를 들어 40세 남성이 중증치매 진단시 2000만원의 보험금을 주는 치매보험에 가입한 경우 일반 상품은 월 보험료가 9만4900원이라면 무해지 환급금상품은 20% 가량 싼 7만4800원이다.



대신 보험료 납입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간에 해지하면 무해지환급형 상품은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다. 납입 기간이 20년이라면 딱 20년을 채운 날부터 일반 상품과 같이 2000만원 이상의 환급금을 받을 수 있지만 하루라도 모자라면 환급금을 전혀 받을 수 없다. 반면 일반 상품의 경우 1년 만에 해지해도 소액의 환급금을 돌려받고 매년 환급금이 늘어나는 구조다.

금융당국은 납입 완료 시점을 기준으로 환급금이 최대 100%까지 한 번에 치솟는 상품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납입 완료 시점을 20년으로 가정할 경우 19년 11개월 29일간 보험료를 낸 사람은 해지환급금을 아예 못 받거나 조금 받는 반면 하루 차이인 20년을 채우는 순간 일반 상품처럼 수천만원을 받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상품 구조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납입 기간이 임박해 해지한 가입자의 민원이 빗발칠 가능성도 있다. 무해지·저해지 환급금 상품도 처음에는 환급금이 없거나 적더라도 적당한 시기부터 납입 완료시점까지 단계적으로 환급금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차원에서도 특정 시기에 해지환급금이 몰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보험사는 무해지·저해지 환급금 상품을 판매할 때 해지율을 예측해 보험료 할인율을 결정하는데, 보험사의 예상보다 해지율이 낮으면 보험금 지급 재원을 추가로 조달해야 한다. 따라서 납입 완료 시점에 환급금이 급등하는 것을 완만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업계는 각 사별로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비자보호나 재무건전성 차원에서 상품 설계 기준을 달리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쪽도 있지만 상품이 획일화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환급금이 아예 없는 상품부터 환급금을 30%, 50%, 70% 받는 상품 등 다양한 상품이 있어 환급금을 포기하는 대신 보험료를 얼마나 낮출지 소비자가 고를 수 있다”며 “상품 설계 기준이 만들어지면 대부분 일반 상품에 가깝게 출시되고 상품의 다양성과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보험료도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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