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부-삼성, 극일 해법 함께 찾는다…홍남기·김기남 긴급회동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최석환 기자 2019.07.0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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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보복 나선 日 초강수에 소재·장비 국산화-수입처 다변화 추진…재계 대표하는 삼성과 민관 협력

[단독]정부-삼성, 극일 해법 함께 찾는다…홍남기·김기남 긴급회동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 부회장의 긴급 회동은 일본 핵심 소재 수출규제에 대한 정부와 업계의 위기의식을 보여준다. ☞관련기사: 7월3일 보도 '[단독]홍남기 부총리-김기남 삼성 부회장 극비 회동…日대책 논의'

일본 정부가 지난 1일 발표한 반도체·디스플레이 3개 소재 외에 규제 품목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사태 장기화 가능성을 두고 정부와 업계가 극일 해법 모색에 나섰다는 얘기다. 올 들어 반도체 경기가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터진 돌발 악재에 민관이 손을 잡은 셈이다.



◇日 준비된 도발?…통상 상황 180도 달라져= 일본 정부의 강수를 두고 나오는 분석은 크게 두 가지다.

일본 정부가 수출 전면 금지가 아니라 관련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측면에서 오는 21일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가 끝나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이다. 일본 정부의 이례적인 조치가 다분히 국내 정치용 '쇼'라는 전제가 깔렸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번에 일본의 수출규제 방침이 발표되면서 한·일 통상여건이 예전과는 180도 달라졌다는 데 공감한다. 시작이 일본 내부 정치용일 순 있지만 한번 선을 넘어선 만큼 언제든 그 이상의 카드를 꺼낼 수 있게 됐다는 우려다.

업계와 학계에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수입 다변화, 국내 생산설비 확충, 국산화 개발 등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게 이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이번 발표를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된 도발로 해석하는 쪽에선 일본이 수출규제 이후 입을 수 있는 자국 피해를 검토, 피해 규모를 한정적(경제산업성 규제사전평가)이라고 결론냈다는 점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계산기를 두드린 결과가 수출규제 조치라면 단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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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때보다 타격 클 듯…세계 각국도 예의주시= 삼성전자 (77,400원 ▼800 -1.02%)SK하이닉스 (189,900원 ▼3,100 -1.61%)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발표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주말부터 구매담당 부서를 중심으로 현지 상황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일본 정부의 공식 발표가 구체적인 조건이나 절차 등을 명확히 담고 있지 않아 추후 사태 추이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17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당시 홍역을 치른 업계에선 가볍게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당시에도 한·중간 경제·외교 관계를 고려하면 중국이 쉽사리 경제보복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낙관론에 방심했다가 치른 대가가 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7년 3월부터 1년간 국내 기업이 입은 직·간접 피해를 8조5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주로 유통업계가 과녁이 됐던 사드 사태와 비교하면 반도체 산업을 겨냥한 일본의 경제보복이 현실화할 경우 타격은 배 이상 클 수 있다. 국내 주력 분야인 D램(DRAM) 가격이 지난해 고점보다 60% 가까이 하락하는 등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부진한 상황과 맞물려 이번 사태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넘어 국내 경제에 깊은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세계 각국도 이번 사태의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애플·아마존 등 국내 업계가 메모리 반도체 등을 공급하는 글로벌 업체에서 생산 차질을 우려하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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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주도 국산화 한계…민관 협력 절실해 = 수출 규제 가능성이 불거졌던 올 초부터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대응 시나리오 검토에 나섰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일본이 정조준한 3개 소재는 대체공급처를 구하거나 필요한 만큼 물량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당장은 묘수 찾기가 마땅찮은 상황이다.

품질이나 물량 측면에서 일본산이 아니면 고도의 제조공정이 필요한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수율저하 등에 따른 수익성 감소를 각오해야 한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반도체 원판 위에 회로를 인쇄할 때 쓰이는 포토리지스트와 TV·스마트폰 디스플레이 패널의 핵심 재료인 플루오르 폴리이미드의 경우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전체 수입물량에서 일본 물량이 각각 91.9%, 93.7%에 달했다. 액수로 1억1565만달러(약 1330억원) 규모다.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회로 모양대로 깎아내는 데 필요한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의 경우 같은 기간 일본 수입비중을 43.9%(약 330억원)까지 낮춘 것으로 집계됐다.

반도체 소재 분야는 완제품 개발과 달리 10년 이상의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홍 부총리와 김 부회장의 이번 긴급 회동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정부 역할론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당장 돈 되는 생산기술 개발에 치중해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원천기술 개발에 소홀했던 게 사실"이라며 "정부와 업계가 지금이라도 장기적으로 국산화율을 높이는 대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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