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사태 재발 막으려면 바이오헬스 연구개발 컨트롤 타워 필요"

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2019.07.04 06:20
글자크기

[이코 인터뷰]대한민국의학한림원 임태환 회장

편집자주 머니투데이 이코노미스트가 금융계와 산업계, 정계와 학계의 관심있는 인물들을 인터뷰하고 깊이 있는 의견을 듣습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임태환 원장/사진=김창현 기자대한민국의학한림원 임태환 원장/사진=김창현 기자


정부는 3일 ‘2019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혁신성장 2.0 추진전략을 마련하고 바이오헬스의 개발, 인허가, 생산, 시장출시 등 전 주기에 걸쳐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5월에 발표한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에서는 바이오헬스 분야에 대한 정부의 연구개발(R&D) 투자를 2025년까지 4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혁신 신약·의료기기 개발을 중점 지원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바이오헬스 산업은 전 세계적인 고령화와 건강수요 증가로 2030년까지 연간 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고용효과도 생산 10억원 증가 당 16.7명으로 전 산업 평균(8.0명)의 두 배가 넘는다.



하지만 최근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 사태가 발생하면서 산업발전과 보건안전이 양립하지 못하면 실패로 끝난다는 것이 분명히 드러났다.

◇인보사 사태는 ‘조급증’과 ‘규정에 철저하지 않은 문화’가 원인



“인보사 사태는 신약개발의 조급증과 규정에 철저하지 않은 문화라는 2가지 고질적 병폐가 드러난 것이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임태환 회장은 인보사 사태의 원인으로 조급증과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연구개발 문화를 꼽았다. 이런 점에서 인보사 사태는 15년 전 터졌던 황우석 교수의 유전자 조작 사건과 유사하다 할 수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2년부터 정부지원금 147억원 가량을 받아 퇴행성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했다고 발표했으나 치료제 2액이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밝혀졌고, 인보사를 개발한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은 코스닥에서 거래가 정지됐다. 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보사에 대한 품목 허가 취소를 최종 결정했다.


임 회장은 “이번 사태는 연구개발 진행 과정에서 기업의 자금압박, 정부의 성과주의, 사회 전반의 도덕불감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건으로 이런 잘못된 접근은 바이오헬스 전반에 걸친 불신으로 이어져 미래 산업을 망친다”고 아쉬워했다.

그리고 “의약품이나 의료기기는 단순히 제조해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성과 효과성 평가가 필수적”이라며 “의학은 생명현상을 탐구하고 진단법 및 치료법을 개발하는 과학이자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대해 도덕적 책임을 다하는 인술로서의 두 가지 성격을 모두 가져야 한다”고 인보사 사태를 꼬집었다.

◇임상연구에 대한 지원 없이 기업이 혼자 감당하긴 어려워

임 회장은 “임상연구는 바이오메디컬 제품의 완성과 판매를 위한 최종적이자 가장 중요한 단계로서 영세 기업이 혼자 감당할 수 없어 국가의 장기적 지원이 필수”라고 말했다.

바이오헬스의 경우 기초연구와 제품 개발 이후의 임상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다. 5000~1만개의 신약 후보물질 중에서 최종 임상시험을 통과하는 것은 1~2개에 불과하며 최소 10년 이상의 개발기간과 1조원 이상의 개발비용이 소요된다. 재원이 넉넉지 못한 바이오 벤처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시간과 비용이 결코 아니다.

그런데 바이오헬스가 미래산업이라는 장밋빛 전망은 내놓으면서도 임상연구 지원이 전무한 실정이다. 또한 정부의 전체 연구개발비는 20조원 정도이나 지역별, 업종별로 쪼개서 분배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 버렸다. 심지어 새로운 의료기술을 평가하는 ‘신의료기술평가’의 경우에도 경제논리나 정치압력에 휘둘리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임 회장은 “단기간 성과에 집착해 실패라도 하면 비난부터 앞세우는 사회 분위기와 책임지기 싫어하는 복지부동이 결합된 결과”라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임상연구를 지원하고 관리할 통합된 바이오헬스 연구개발(R&D)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은 미국국립보건원(NIH)에서 총괄적으로 바이오헬스 연구비를 관리하고 연구를 지원하고 있으며 일본은 2015년 일본의료연구개발기구(AMED)라는 의료연구 통합 부서를 설치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임태환 원장/사진=김창현 기자대한민국의학한림원 임태환 원장/사진=김창현 기자
◇의료정보 독점은 환자중심주의에 역행

의료시스템 선진화를 부르짖으면서도 막상 의료정보 데이터 수집과 활용은 개인과 대형 의료기관 모두 반대하는 상황이다. 개인들은 의료기록 등 사생활 정보가 무단으로 유출될 것을 두려워하고 대형 의료기관은 쌓인 의료 기록을 사적 소유물로 생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임 회장은 “의료 연구에는 환자의 개인 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인데 먼저 익명성을 보장하고 사용할 수 있는 방법부터 내놓는 게 우선”이라며, “환자가 스스로 자신의 의료데이터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쉽게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정부에서는 일정 부분 데이터 구축을 위한 방법을 내놓았다. 보건복지부는 단일 병원 단위의 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신기술개발에 활용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1단계(2020∼2021년, 2만명 규모) 사업을 시작으로 오는 2029년까지 100만명 규모의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희망자를 대상으로 유전체 정보, 의료이용·건강상태 정보를 수집하고 수집된 인체정보는 국립중앙인체자원은행 등에 안전하게 보관하면서 환자 맞춤형 신약·신의료기술 연구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임 회장은 “현재 추진하는 대책으로는 의료기관의 정보 독점력만 키우고 종합적인 의료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렵다”며 “기존에는 의료정보 유출을 막는 데 급급했다면 이젠 환자 스스로 관리하며 보호하는 수준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원격의료 등 디지털 의료시스템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며 정부관계자, 의료사용자, 의료제공자 모두 효과적이고 안전한 의료정보 시스템 개발과 지원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임 회장은 “바이오헬스 산업은 수많은 실패를 성공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환자중심주의 단계로 나가야 성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임태환 원장 인터뷰/사진=김창현 기자대한민국의학한림원 임태환 원장 인터뷰/사진=김창현 기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