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中 아냐"… 영국기 들고 국회점거한 시위대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하세린 기자 2019.07.0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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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반환기념일, 4시간 동안 초유의 의사당 점거
당국 '적색 경보' 발령… 람 장관 "법치 가장 중요"



홍콩 반환 22주년을 맞이한 날에도 시위는 계속됐다. 시위대가 4시간가량 홍콩 입법회(국회) 건물을 점거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도 빚어졌으며 케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극단적인 폭력의 사용"이라며 무력을 사용한 강경 시위대를 비난했다.

◇55만 시민들 거리로…일부 강경 시위대는 경찰과 무력 충돌도=지난 1일 로이터,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최대 55만명(주최측 추산, 경찰 추산은 19만명)의 홍콩 시민이 홍콩 주권 반환 22주년을 기념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홍콩 전역에서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완전 철폐'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퇴진' 등을 요구하며 가두 시위에 나섰다.



일부 시위대는 이날 오후 빅토리아 공원을 중심으로 평화 행진을 주도했으나 일부는 오전부터 거리 곳곳에서 플라스틱 등으로 장벽을 쌓고 경찰과 대치 상황을 빚기도 했다. AP 등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머리에 피를 시민도 일부 목격됐으며, 홍콩 현지 경찰에 따르면 경찰 중 일부도 알려지지 않은 액체를 맞고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시위대 간 갈등은 오후 들어 격화됐는데 일부 강경 시위대 수백여 명이 홍콩의 국회 격인 입법회 건물 안으로 무력 진입을 시도하면서다. 시위대는 이날 오후 9시쯤 의사당을 점거했는데 당시 경찰이 과잉 진압 비난 여론을 의식해 물리력을 자제하고 일시 퇴진했던 것으로 보인다.



강경 시위대는 우산을 들고 헬멧, 마스크 등을 착용한 채 쇠파이프, 곤봉 등을 써서 건물 진입했고 이 과정에서 건물 유리창이 깨지고 금속 패널이 떨어지는 등 시설물 훼손이 발생했다.

의사당 내부에 진입한 시위대는 홍콩의 상징물에 검은 스프레이를 뿌리거나 중국의 오성홍기를 내리고 영국 식민지 시절 사용한 홍콩기를 게양하는 장면도 연출했다. 흰 외벽과 기둥에 '홍콩은 중국은 아니다' 거나 '람 정부는 살인 정권'이라고 적기도 했다.

무력 시위대가 홍콩 의사당을 점거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로 이날 홍콩 입법회는 '적색경보'를 내렸다. 앤드루 렁 홍콩 입법회 의장도 성명을 통해 "시위대가 극단적 폭력을 사용하고 입법회 청사가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된 것은 슬프고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자제를 촉구했다.


◇시위대, 4시간 동안 입법회 건물 점거…케리 람, 이례적 새벽 4시 브리핑 자처=경찰이 시위대를 해산시키는 데 성공한 것은 2일 자정을 넘겨 1시가 다 되어서다.

이날 경찰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시위대를 대상으로 최대한 빨리 건물을 비워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점거가 계속될 시 적절한 물리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렸다. 경찰은 최루액 등을 동원해 의사당을 되찾았다.

케리 람 장관은 이례적으로 2일 오전 4시에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 무력시위의 자제를 당부했다. 람 장관은 "입법회에 난입한 것은 극단적인 폭력의 사용이자 반달리즘(문화유산이나 예술품 파괴행위)"이라며 "홍콩에서 법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기 때문에 이것은 우리가 심각하게 비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람 장관은 1일 열린 정부 기념 행사에서 "최근 발생한 사건으로 대중과 정부가 갈등을 빚었다"면서 "정치인으로서 항상 대중의 감정을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국정 스타일을 즉시 개혁하고 국회의원뿐 아니라 각계각층 시민들과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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