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창업 도움닫기…고용노동부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쑥쑥 큰다

머니투데이 신혜선 뉴미디어본부 부장, 박유진 이로운넷기자 2019.07.05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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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1개 '착한생각' 창업으로 싹 틔워…재정·교육·멘토링 지원으로 창업 성공률 약 85%

-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9년…일자리 창출에 해답 제시

가치창업 도움닫기…고용노동부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쑥쑥 큰다


7월 4일, 고용노동부 이재갑 장관이 사회적기업 현장 방문을 위해 남양주시에 들렀다. 그가 찾은 곳은 ‘두손컴퍼니.’ 온라인 소상공인들을 위한 전문 물류 대행 서비스 ‘품고’와 크라우드펀딩 전문 배송서비스 ‘두윙’을 운영하는 사회적기업으로, 국내 사회적기업의 성공 사례로 자주 꼽히는 회사다. 2019년 7월 기준, 직원 수는 41명, 작년 기준 매출 24억원을 돌파한 강소기업이기도 하다

두손컴퍼니는 박찬재 대표가 대학 시절 서울역 앞에서 노숙인들이 강제 퇴거당하는 모습을 보고 세웠다. 지난 2011년 ‘두손’으로 하는 일을 존귀하게 여기자는 의미를 담아 사명을 지었다.



출발은 노숙인·기초수급자 등 사회 취약계층을 고용해 친환경 종이옷걸이를 제작하는 업이었다. 종이옷걸이에 광고를 넣어 수익을 내던 사업은 현재 남양주의 450평 규모 물류센터에서 사회적기업 등 중소기업 온라인 판매상품의 포장, 관리, 배송 업무를 대행하는 일로 성장했다. 직원들은 ‘사람은 성별, 나이, 장애 여부에 상관없이 모두 평등하고 존귀한 대상이다’는 구호와 함께 매일 하루를 시작한다.

두손컴퍼니는 2012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2015년 소셜벤처 아이디어 경연대회를 거쳐 2019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사진제공=두손컴퍼니두손컴퍼니는 2012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2015년 소셜벤처 아이디어 경연대회를 거쳐 2019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사진제공=두손컴퍼니
*사회적경제기업: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서비스의 생산 판매 등 영업 활동을 수행하는 조직. (예비) 사회적기업, 자활기업, 마을기업, 장애인 작업장, 농어촌 공동체회사, (사회적)협동조합 등으로 이뤄진다.



예비 사회적기업가의 창업 활동 돕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회사 설립 초기인 2012년 박 대표가 문을 두드린 곳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하 진흥원). 진흥원은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사회적기업 육성법에 의거 2010년 설립된 정부 출연 기관이다. 정부의 사회적경제 정책과 현장을 연결하는 통합지원기관이자 사회적경제 전문기관으로 활동한다. 박 대표는 진흥원이 실시하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이하 육성사업)’에 선정돼 재정·교육·멘토링 지원 등을 받으며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고용노동부 지원사업으로 진흥원이 2011년부터 매년 진행하는 이 사업은 박 대표처럼 사회적 가치 추구를 목적으로 사업하려는 사람들의 초기 성장을 돕는다. 사회문제를 창의적인 방법으로 해결해 나가려는 창업팀을 발굴해 사회적 목적 실현 및 창업의 전 과정을 1년 동안 지원한다.

사회적경제기업 창업은 일반 창업과 다르다. 일반 창업가들이 회사를 키우는 이유가 돈을 많이 버는 게 목적이라면, 사회적경제기업 창업가들은 사회에 이로운 영향을 끼친다는 또 다른 목적이 있다. 일반 창업도 어려운데, 사회적경제기업은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가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야 해 신경 써야 할 점이 더 많다. 육성사업이 필요한 이유다.


진흥원은 사회적기업가를 양성할 수 있는 인프라를 보유한 창업지원기관을 먼저 선정한 후 소셜미션, 사회적기업가 자질, 창업 아이템, 사업실현 가능성, 기대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육성할 창업팀을 뽑는다. 현재 활동 중인 창업지원기관은 재단법인 함께일하는재단, 사회복지법인 열매나눔재단, 광주대학교 산학협력단 등 지역, 분야별로 총 30개다. 이 창업지원기관들이 창업팀을 맡아 육성한다.

구체적인 지원내용은 이렇다. 진흥원은 창업지원기관을 통해 창업팀에 운영경비, 사업모델 개발비 등을 1천만~5천만 원 사이로 차등 지급하고, 창업과정에 대해 상시로 상담해주는 담임 멘토, 전문 분야에 관해 조언해줄 수 있는 전문 멘토를 이어준다. 또한, 사회적기업가 정신을 키우기 위한 교육을 듣게 하고, 지역사회 및 민간자원과도 연계해준다. 창업팀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착한 생각’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 사회적기업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반적으로 지원한다.

“저희 회사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전과 후로 나뉘어요. 사업모델이 제조업이라 홍보가 많이 필요한데, 육성사업이 큰 도움이 됐거든요. 같은 해에 육성사업 창업팀으로 선정된 다른 동기들과 친해져서 협력할 기회도 많았어요. 창업지원기관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서 지원 기간이 끝난 지금도 도움받고 있어요.”

2018년 육성사업 출신 ‘LAR’의 계효석 대표의 말이다. LAR는 친환경 소재를 활용하고 불필요하게 버려지는 100% 소가죽을 재생해 만든 신발 브랜드 ‘라슈즈’와 천연 라텍스를 접목한 인솔(깔창) ‘라솔’을 생산·판매하는 기업으로, ‘주위를 둘러보자’라는 사명을 갖고 수익금 일부를 보육원에 기부한다.

올해 4월 열린 사회적기업가 페스티벌에서는 산지 직속 온라인 푸드마켓 ‘밥상의 품격’을 운영하는 ‘엘그라운드’와 개별 맞춤형 수제구두 생산 및 판매를 진행하는 사회적협동조합 ‘구두만드는풍경’이 대상을 받았다./사진제공=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올해 4월 열린 사회적기업가 페스티벌에서는 산지 직속 온라인 푸드마켓 ‘밥상의 품격’을 운영하는 ‘엘그라운드’와 개별 맞춤형 수제구두 생산 및 판매를 진행하는 사회적협동조합 ‘구두만드는풍경’이 대상을 받았다./사진제공=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참가팀 위한 페스티벌·대회·오디션도

육성사업은 다른 프로그램과도 연계해 성과 확산을 이룬다. 고용노동부 지원으로 진흥원이 매년 여는 ‘사회적기업가 페스티벌’은 창업팀의 사업 성과를 공유하고 선후배 네트워킹이 이뤄지는 장 역할을 한다. 또한, 직전 해 육성사업을 졸업한 창업팀 중 대상·최우수상·우수상 수상팀을 선정해 시상한다. 작년까지 전국단위 행사였지만, 육성사업 규모가 점점 커져 올해는 권역별로 진행됐다.

사회문제 해결과 소셜벤처 창업의 기반이 되는 우수한 아이디어를 뽑고, 민간기업과 공공자원을 연계해주는 ‘소셜벤처 아이디어 경연대회’도 예로 들 수 있다. 이 대회는 소셜벤처 및 사회적기업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다양하고 혁신적인 사회적기업 모델을 발굴하는 대회다. 일부 입상 팀에게 육성사업에 참가할 수 있는 특전을 준다.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주최하고 고용노동부·진흥원·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가 후원하는 ‘H-온드림 사회적기업 창업오디션’도 있다. 육성사업 창업팀을 대상으로 2012년부터 매년 진행되는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업이다.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진 초창기 사회적기업에 팀당 최대 1억 원의 자금을 지원하고 12개월간 창업교육 및 1:1 멘토링 등을 제공한다.

규모·성과↑...사회적경제 영역 전반 가치 창출로 이어져

가치창업 도움닫기…고용노동부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쑥쑥 큰다
정부가 사회적경제 활성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면서 육성사업의 규모도 커졌다. 2011년 312개에서 시작한 육성팀 수는 매년 늘어 올해는 814개가 됐다. 합해보면 2019년 5월 기준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이 육성한 팀은 4,267팀. 그중 창업에 성공한 팀은 3,611팀으로, 약 85%다.

육성팀들의 구성원은 대다수가 만39세 이하 청년층이다. 9년간 육성사업에 참여한 팀의 구성원은 총 1만5358명인데, 이 중 68.4%가 청년층이다. 사회적 약자의 참여 비율도 높다. 여성은 53.8%, 만 55세 이상 고령자는 6.6%를 차지한다. 이는 사회적 약자의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졌는데, 1만2786명의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여성 비중이 53.2%, 고령자 비중이 8%였다.

육성사업 출신 창업팀의 성장은 예비 및 인·지정 사회적경제기업에 영향을 미쳐 전체 사회적경제기업 규모도 커졌다. 2007년부터 총 63차에 걸쳐 2589개가 사회적경제기업으로 인증됐는데, 이 중 육성사업을 거친 기업이 1058개다.

10년차 들어서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보완점은?

육성사업의 성과와 지원내용은 홍보와 입소문을 타고 퍼지면서 매년 경쟁률이 높아져 올해는 3:1에 육박했다. 선정팀도 늘고 신청팀은 더 늘었다. 초기창업팀을 지원하는 사업이 더 활성화되고 성공적으로 이어지면 그만큼 개선해야 할 점도 생긴다.

육성사업에 참여하는 창업팀 사이에서 공통으로 나오는 고민거리는 복잡·방대한 서류 작업이다. 정부 사업 특성상 매달 지출결의서, 견적서, 검수 조사서 등 내야 할 서류가 많다. 초기창업팀은 대부분 구성원 수가 적어 1명이 여러 역할을 해야 하느라 바쁜데, 서류 작업까지 더해지면 일이 배로 늘어난다.

2018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우수상 수상자인 ‘찬솔사회적협동조합’의 박다효 대표는 “창업팀들끼리 워크샵을 갔을 때 다 함께 공감했던 부분이 서류 작업이 방대해 힘들었다는 점이었다”며 “서류 작업 자체를 간소화하거나, 이를 도와줄 수 있는 인력이 지원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업종, 지역 간 창업팀의 협업·네트워킹이 수월해지도록 도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2018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우수상을 받은 ‘오셰르’의 김은실 대표는 외부 행사나 심사에서 같은 육성사업 동기를 우연히 알게 되는 일이 많았다. 그는 “같은 기수 창업팀들과 협업을 해보고 싶은데 관련된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그러기 힘들었다”며 “그 해 어떤 지역에서 어떤 사업모델을 가진 창업팀이 뽑혔는지 미리 전체적으로 공유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박미리 이로운넷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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