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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유인잠수정으로 심해 자원 확보…'해양강국' 입지 다질 것”

머니투데이 영도(부산)=류준영 기자 2019.07.01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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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46주년 맞은 한국해양과학기술연구원(KIOST) 김웅서 원장

한국해양과학기술연구원(KIOST) 김웅서 원장/사진=KIOST한국해양과학기술연구원(KIOST) 김웅서 원장/사진=KIOST




‘바다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까지 내려가 측정한 수압은 1100기압. 쇠공이라도 납작하게 찌그러질 무시무시한 압력이다. 직경 2.1미터(m) 좁은 공간에서 3명이 10시간 가량 갇혀 있다. 옷을 껴입고 껴입었는데도 냉장고 속보다 더 춥다. 우주인은 우주선 밖으로 나와 우주 유영을 할 수 있지만, 심해잠수정은 밖으로 나갈 수 없다. 나가는 순간 죽음이다.’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연구원(KIOST) 원장이 쓴 심해탐사기 ‘바다를 오르다’는 그가 연구자 시절인 2004년, 프랑스 심해유인잠수정을 타고 5044m 심해저 평원이 있는 곳까지 내려갔던 경험을 담았다.

김 원장은 “수심 5000미터 용궁을 다녀왔으니 소감이 많지 않겠어요?”라며 쑥스러운듯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창립 46주년(7월1일)을 닷새 앞둔 지난달 27일, 부산 영도에 위치한 KIOST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유인잠수정 ‘심해공학기술의 꽃’=우주를 연구하는 과학자라면 한 번은 꼭 타보고 싶은 우주선이 있듯,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꼭 타보고 싶은 ‘드림 잠수정’이 있다. 바로 심해유인탐사정이다. 김원장은 이를 ‘해양연구자들의 꿈’이라고 표현했다.

심해유인탐사정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SF(공상과학)영화 ‘아바타’ 후속편을 찍기 위해 직접 탑승하면서 관심을 이끌었다. ‘아바타2’는 1편 우주 외계행성보다 더 큰 스케일을 연출하기 위해 ’바닷속 세계‘를 택했다. “흔히들 바다를 이너스페이스(Inner Space), 즉 ‘지구속에 우주’라고 부르잖아요. 해연탐험은 우주탐험만큼이나 인류에게 지난한 도전입니다.”

카메론 감독은 후속편 제작을 위해 지구에서 가장 깊은 1만1000m 마리아나해구까지 직경 1m 정도인 심해유인탐사정을 타고 직접 내려갔다 왔다. 1만m 깊이 바다가 잠수정에 가하는 압력은 4톤(t) 무게 코끼리 25마리가 무등을 타고 손바닥을 내려누르는 힘과 같다. 심해잠수정에 구멍이 났을 때 밀려드는 물줄기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심해 유인잠수정은 엄청난 수압을 견디면서도 전자기기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또 사람이 직접 승선하기 때문에 생명·안전장치에 대한 최첨단 기술을 요구하죠. 그만큼 어렵기 때문에 심해유인잠수정은 심해공학기술의 꽃이라 부릅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연구원(KIOST) 김웅서 원장/사진=KIOST한국해양과학기술연구원(KIOST) 김웅서 원장/사진=KIOST
◇7000m급 유인잠수정 확보시 세계 99% 해역 탐사 가능=전세계 대양을 누비며 1년 내내 탐사를 수행할 수 있는 대형해양과학조사선 ‘이사부호’를 비롯해 해양플랜트 및 해상풍력장치 건설 및 유지보수 등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중건설로봇’, 불법어업 및 해양 환경오염을 감시할 ‘수공양용 드론’(무인기) 등을 개발해온 KIOST가 다음 R&D(연구·개발) 목표로 심해유인탐사선 건조 사업을 검토중이다. 심해 자원 확보를 위한 해양선진국간 패권경쟁에서 확고한 입지와 경쟁력을 다지기 위한 것.

우리나라는 심해유인잠수정을 쓸 황금어장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KIOST에 따르면 태평양 공해상 망간단괴(감자 모양의 금속덩어리) 독점탐사광구, 인도양 공해상 해저열수광상 독점탐사광구, 통가 EEZ(배타적경제수역) 해저열수광상 독점탐사광구, 피지 EEZ 해저열수광상 독점탐사광구, 서태평양 공해상 망간각 독점탐사광구 등 총 11.5만㎢의 해양 경제 활동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국, 러시아에 이어 국제사회에서 3번째로 공해상 심해저에서 해저 망간단괴, 해저에 생긴 균열을 통해 지열에 데워진 뜨거운 물이 분출해 해저 온천이라 불리는 ‘해저열수광상’, 금속이 해저산 사면에 붙어 있는 ‘망간각’ 등에 대한 독점탐사광구를 모두 확보하고 있다. 심해유인탐사선 개발이 요구되는 이유다. “우리나라가 7000m급 심해유인잠수정을 개발한다면 전 세계 99% 이상의 해역에 대한 과학연구와 자원조사 활동이 가능합니다.”

현재 6000m급 심해유인잠수정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 중국 5개국이다. 최근 해양탐사연구능력이 급성장중인 중국은 2012년 6월 ‘자오룽호’가 태평양 심해 7062m 탐사에 성공, 이 분야 세계 최고 기록을 수립한 바 있다. “심해유인잠수정 보유 여부와 해양선진국이 거의 일치하죠. 그래서 그 나라의 해양과학기술력을 평가할 때 흔히 심해유인잠수정이 척도가 됩니다.”

◇“정책적으로 결정 내려지면 5~6년 내 개발”=그런데 무인잠수정으로도 탐사가 가능한 심해를 왜 위험을 무릅쓰고 굳이 유인잠수정으로 직접 가려는걸까.

“여행 좋아하세요? 굉장히 멋진 도시를 여행비디오만 보고 만족할 수 없잖아요. 직접 가서 내 눈으로 봐야죠. 과학자들 속성 중에 하나는 오감을 모두 활용해 연구를 한다는 겁니다. 우주인이 달과 화성땅을 밟아보고 싶어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렇게 해서 가장 값진 연구성과를 얻게 되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유인잠수정이 개발·운영됐다고 한다. 3인이 탑승가능한 유인잠수정 ‘해양250’은 1986년부터 우리나라 연근해 수중연구조사, 시료채취, 침몰선박의 수중촬영 등의 임무를 수행하다 1996년 12월 퇴역했다. “심해유인잠수정 개발은 우리나라도 기술력이 축적돼 있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건조 결정만 내려지면 5~6년 내 개발이 가능합니다.”


KIOST는 1973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부설 해양개발연구소로 시작해 2012년 7월 1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으로 재출범했다. 기후·해양환경 변화 대응, 해양전략자원 개발, 첨단해양공학기술 창출, 해양영토관리 등을 연구하고 있다. 남극과 북극에 과학기지를 운영하는 극지연구소와 해양플랜트 및 조선 분야의 기술개발을 선도하는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를 부설기관으로 두고 있다. 우리나라 3대 해양과학기지인 이어도·신안 가거초·옹진 소청초 해양과학기지를 운영중이며 이곳에서 해양과 태풍, 황사, 미세먼지 등 대기 자료를 관측·분석해 유관기관에 제공하고 있다.

김 원장은 서울대에서 생물교육학과 해양학(부전공)을 공부하고,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해양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심해저 광물자원 개발 및 해양생태학 분야 전문가로 1993년부터 KIOST에서 연구하며 제1부원장 등 다양한 보직을 경험 했다. 한국해양학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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