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반러시위 사흘째 계속…푸틴, 항공편 운항 중단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19.06.2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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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의회 의장석서 친러시아 의원이 연설한 것이 계기…반정부 시위로 번져 내무장관 사퇴 요구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에서 반(反)러시아 시위가 사흘째 계속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에서 반(反)러시아 시위가 사흘째 계속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옛 소련에서 독립한 코카서스 3국 중 하나인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에서 반(反)러시아 시위가 사흘째 계속되고 있다. 2008년 남오세티아 지역을 놓고 전쟁을 벌인 이후 양국관계는 또다시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 의회청사 앞에선 사흘째 야권 지지자들의 반러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도 의사당 주변에는 시민 1500여 명이 모여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사진을 불태우는 등 러시아에 저항의 뜻을 나타냈다.



조지아 시민들의 반러 시위는 지난 20일 시작됐다. 러시아 하원의원 세르게이 가브릴로프가 조지아 의회 의장석에서 러시아어로 연설을 한 것이 시민들의 반러 감정에 불을 지폈다. 가브릴로프는 2008년 조지아와 러시아 간 전쟁에서 러시아 측에 적극 가담한 당사자였기 때문이다. 이 전쟁으로 조지아 영토의 20%에 달하는 지역이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아 공화국으로 실질 독립했고, 러시아가 이 부분을 실효 지배하게 됐다.

시민들은 곧바로 거리로 나왔다. 20일 시위에서 1만명이 넘는 시위대가 의회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고무탄과 최루탄, 물대포를 발사해 최소 240명의 부상자가 생겼다. 이들 중에는 눈에 고무탄을 맞아 실명한 시민도 있었다. 일부 시위대는 저항의 의미로 안대를 쓰고 나왔다.



시위는 이내 반정부 시위로 번졌다. 수 천명의 야권 지지자들은 시위를 강경 진압한 내무장관 사퇴, 체포자 석방, 조기 총선 실시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라클리 카자히제 조지아 의회 의장이 결국 사퇴했다. 이에 대해 NYT는 "가브릴로프를 의장석에서 연설을 하게 한 것은 조지아 정부가 무능하다는 느낌을 갖게 했다"며 "이번 시위는 반러 감정과 함께 국내 정치적인 불만도 함께 작용했다"고 전했다.

조지아와 러시아는 2008년 전쟁 이후 외교 관계를 단절했다. 최근 들어 러시아의 조지아산 와인 수입금지 조처가 해제되는 등 관계 개선 분위기가 보이기도 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양국 관계는 또 다시 냉랭해졌다.

이번 사태를 접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조지아와의 항공 교통을 차단했다. 러시아는 다음달 8일부터 자국 항공사의 조지아행 비행기 운항을 중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지에 체류 중인 러시아인들을 송환하고 조지아 관광상품 판매도 멈추도록 했다.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의 국가 안보를 보장하고 러시아 국민들을 범죄 및 다른 불법 행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에서 반(反)러시아 시위가 사흘째 계속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에서 반(反)러시아 시위가 사흘째 계속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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