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이고 걷는 내 아이… 스마트폰 보다 '꽝'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2019.06.2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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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클린 2019]③스몸비

편집자주 [편집자주] 따뜻한 디지털세상을 만들기 위한 u클린 캠페인이 시작된 지 15년이 지났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공유경제 등 급진전되는 기술 진화가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것으로 기대되지만, 한편으론 기술 만능 주의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지능화 시대에 걸맞는 디지털 시민의식과 소양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올해 u클린 캠페인은 부작용 없는 디지털 사회와 이를 위해 함양해야 할 디지털 시민 의식과 윤리를 집중 점검해봤다.

고개숙이고 걷는 내 아이… 스마트폰 보다 '꽝'


#“빠앙” 광화문 사거리에 커다란 경적 소리가 울렸다. 주위에 있던 보행자들의 시선이 한 쪽으로 쏠렸다. 경적 소리를 냈던 차량은 잠시 속도를 줄이더니 다시 빠르게 사거리를 빠져나갔다. 가장 놀란 건 횡단보도를 건너던 A씨다. A씨는 업무시간에 보지 못해 밀렸던 카카오톡 메시지를 확인하느라 횡단보도를 건너면서도 스마트폰에 시선을 모으고 있었다. 스마트폰에 집중하다보니 발걸음이 느려졌고, 파란불이 빨간불로 바뀌기 전에 횡단보도를 다 건너지 못했다. 자칫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위험한 순간이었다.

◇스몸비족 교통사고 위험도 3배 높아=스몸비(Smombie)는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다. 스마트폰을 보며 걷느라 주변을 살피지 않고 좀비처럼 걷는 사람을 뜻한다. 스마트폰 중독 어린이는 ‘스몸비 키즈’라고도 부른다.



미국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스마트폰 보유율이 95%로 전세계 1위다. 지난 2009년 아이폰이 국내에 도입된 이후 10년간 스마트폰은 TV·인터넷·게임·영상 등 모든 디지털미디어를 통합하는 매체로 성장했다. 지하철에서도 버스에서도 승객들의 90% 정도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을 정도고 카페나 식당에서도 스마트폰은 늘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경우가 많다. 잠깐 스마트폰을 충전하느라 곁에 두고 있지 않으면 불안할 정도로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유아동(3~9세)의 스마트폰 과의존 비율은 △2015년 12.4% △2016년 17.9% △2017년 19.1%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청소년(10~19세) 스마트폰 과의존 비율은 △2015년 31.6% △2016년 30.6% △2017년 30.3% 등으로 꾸준히 30%대를 유지하고 있다.



스마트폰 과의존 병폐 중 하나가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서울 초등학생 5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어린이 안전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어린이 5명 중 1명은 걸으며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스몸비가 교통사고를 당할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민경복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팀이 2016년 8∼9월 대학생 6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스마트폰 중독군의 교통사고 경험률은 2.7%로 정상군(0.8%)보다 3.4배가량 높았다.
현대해상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동안 스마트폰 관련 교통사고는 2.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가 발생한 연령대는 20대 이하 청소년이 40.1%였다. 가장 많은 사고가 발생한 시간은 하교 시간대인 오후 3~5시로 집계됐다. 이처럼 스몸비·스몸비 키즈들의 교통사고량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고개숙이고 걷는 내 아이… 스마트폰 보다 '꽝'
◇"스몸비 사고 막아라"…바닥에도 신호등을=서울시는 지난해 5월 바닥에 ‘스몸비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신호등을 설치하는 내용의 보행안전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보행신호와 연동되는 바닥 신호등을 세종로사거리와 시청역 교차로에 설치했다. 또 보행자가 많은 횡단보도 주변에는 내구성이 개선된 스마트폰 사용주의 보도부착물 424개를 설치했다.

세종시도 IoT(사물인터넷) 기반의 스마트 횡단보도를 구축한다. 세종시는 행정안전부와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해 총 1억4000만원을 투입해 어린이보호구역 횡단보도 2곳에 스마트 횡단보도를 구축할 계획이다. 스마트 횡단보도는 IoT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차량번호 인식과 보행량 방향별 감지, 보행자 음성안내, 신호감시 폐쇄회로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특히 말하는 스마트폰 횡단보도 알림이와 스몸비 깨우기 등의 시설을 설치해 사고 예방에 기여한다.
고개숙이고 걷는 내 아이… 스마트폰 보다 '꽝'
방송통신위원회는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걷는 동안 화면이 자동으로 잠기는 앱(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내놨다. ‘사이버안심존’ 앱을 사용하면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5~7걸음을 걸었을 때 화면이 자동으로 잠기게 된다. 스몸비 방지 기능이 활성화 된 스마트폰 화면을 다시 켜려면 걸음을 멈추고 잠금 해제 버튼을 눌러야 한다. 긴급상황을 대비해 화면이 잠긴 상태에서도 긴급통화는 가능하다. 잠금 화면에서 긴급통화를 누르면 등록된 보호자 연락처로 자동 연결된다.


이효성 방통위 위원장은 “스몸비 방지 서비스를 통해 청소년의 보행 중 스마트폰 사고가 줄어들길 바란다”며 “성인들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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