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니까 때려?" 확산되는 체벌금지법, 효과는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19.06.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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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비폭력적 교육을 돕는 것이 정부 할 일"
스웨덴 최초 도입…日 최근 법안 통과, 韓도 추진

현재 전세계 55개국이 법으로 부모의 자녀 처벌을 금지하고 있다. /사진=AFP현재 전세계 55개국이 법으로 부모의 자녀 처벌을 금지하고 있다. /사진=AFP


"아이들은 돌봄과 안전 및 좋은 양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어린이는 인격과 개성을 존중받아야 하며 체벌을 포함해 모욕적인 대우를 받으면 안 된다."

스웨덴은 1979년 세계 최초로 가정 내 자녀 체벌을 금지했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규정한 기존 민법에 '6장 1절' 조항을 추가해 아동의 법적 지위를 새롭게 규정했다. 이를 통해 부모라 하더라도 자기 방어력이 없는 아이에게 체벌을 가할 수 없도록 했다.



이후 자녀 체벌금지법은 여러 나라로 확산 중이다. 현재는 55개국이 자녀에 대한 체벌금지를 법으로 명문화했다. 지난 19일 일본에서는 내년 4월부터 부모의 자녀 체벌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유럽에서 가정 내 체벌에 가장 관대한 나라로 꼽히던 프랑스도 지난해 법으로 체벌을 전면 금지했다. 한국도 지난달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해 민법에서 규정한 부모의 '징계권' 조항에 대한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쪽에선 이 법안이 현실성이 있냐는 지적도 한다. '사랑의 매'로 불리던 부모의 체벌이 한순간에 불법행위가 됐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스웨덴에서 최초로 자녀체벌금지법이 도입됐을 때에도 반응은 엇갈렸다. "거의 모든 부모가 범죄자가 되어 가정이 파탄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체벌금지법 시행 후 부모의 기소 건수는 늘지 않았다. 이 법에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면 늘 수가 없었다.



가정 내 체벌이 줄어드는 효과는 확연했다. 국제구호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대엔 절반 이상의 스웨덴 부모가 자녀에 체벌을 가한 반면 2000년대에는 그 비율이 한 자릿수로 줄었다.

이처럼 자녀체벌금지법은 대체로 처벌 규정이 없어 '체벌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선언적인 의미만 가지는 경우가 많다. 법의 목적이 처벌보다 인식 전환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조치도 필요하다.

유니세프의 클라우디아 카파 선임 데이터분석가는 미 공영라디오방송 NPR에 "자녀 체벌 금지법은 어떤 경우에도 아이에게 물리적 고통을 가하는 것이 용납될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면서도 "법안이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부모에게 제대로 된 교육법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체벌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자라온 부모 세대는 다른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모를 수 있다는 것이다.


스웨덴은 법안에 대한 내용을 여러 언어로 된 팜플렛으로 만들어 각 가정에 뿌리고 우유팩에도 인쇄하는 등 법의 취지를 적극 홍보했다. 또 2014년 자녀체벌금지법의 영향을 분석하는 정부보고서에 "폭력, 위협, 협박을 사용하지 않고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자녀에게 가르쳐야 하는 것은 성인의 책임이다. 그리고 비폭력적인 육아 실천을 위한 조건을 마련하고, 부모가 아이의 좋은 모델이 되기 위해 도움을 제공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라고 썼다. 또 체벌을 가한 부모에게 정부는 또래 자녀를 키우는 부모를 소개해주고, 전문가 상담을 지원하는 등 체계적인 관리를 제공한다.

캐나다는 체벌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해 경각심을 키웠다. 캐나다 자녀체벌금지법은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을 목적이어야 하며, 절대로 머리나 얼굴을 때리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한다. 또 2세 이하와 12세 이상 자녀라면 어떤 방법으로도 체벌할 수 없도록 했다.



일본은 각 지방마다 아동상담소를 설치해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자녀 학대의 가능성이 보이는 경우 아동상담소가 적극 개입할 수 있도록 했다. 학대 행위가 의심이 가는 부모가 이사를 가도 해당 지역 아동상담소와 모든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해 피해를 막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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