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선 출마 선언이 남긴 것, '재탕과 분노'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06.1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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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언론 "4년전과 똑같은 메시지...트럼프는 '백투더퓨처' 전략으로 승부 걸어"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를 슬로건을 내걸고 재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트럼프의 76분간의 연설에 2만명이 넘는 지지자들이 'USA(미국)'과 '트럼프'를 연호했지만, 뉴욕타임스(NYT)는 "2016년 대선 때와 똑같이 '분노'로 승리를 거두려 한다"고 평가했다.

NYT는 "2020년 트럼프의 재선 캠페인은 2016년을 재현하는 '백투더퓨처'에 승부를 걸고 있다"면서 "당시엔 아무것도 잃을 것 없는 뉴욕의 부동산재벌이었지만 이제는 공화당의 완벽한 지지까지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4년전이나 지금이나 트럼프 대통령은 '적'을 만들어 공격하는 것으로 출마의 변을 남겼다.

당시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 타워 지하에서 조촐한 출마 선언식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은 200여명 남짓한 기자들 앞에서 민주당을 향해 "화만 가득한 좌파 마피아"라고 비웃었다. 이번 출정식에서도 그는 "당신을 약하게 만들고, 우리의 훌륭한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려한 '비(非)미국적 행위에 대한 판결이 될 것"이라며 민주당을 저격했다.



2016년 대선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을 향해서도 당시 선거 쟁점이었던 이메일 스캔들을 거론하며 "3만3000여건의 이메일을 찾아내겠다"고 했고 청중을 "그녀를 감옥에 가두라"며 호응했다. 이번 대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 의원에 대해서는 "미국은 절대로 사회주의자의 나라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유력 후보인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겐 "졸린 조(Sleepy Joe)"라고 비하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을 향해 '가짜뉴스'라며 맹공격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이 자리에 자리가 3~4석 비어있어도 가짜뉴스들은 행사장이 다 차지 않았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고, 청중은 "진실을 말하라"며 언론을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열성 지지자들 앞에서 불법이민자 문제 등에 대해서도 공격성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 장벽 설치를 약속하면서 "내가 장벽 건설을 시작하지 않았으면 캐러밴(불법이민자)은 훨씬 더 위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중들은 "장벽을 지어라!"라고 외쳤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기간 경제 성과에 대해 자화자찬 했지만 새로운 정책이나 화합의 어젠다 등은 전무했다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마도 우리는 미국 역사상 가장 훌륭한 경제를 이룩할지도 모른다"면서 "놀랍고 새로운 경지를 향해 (경제가)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밖에 대규모 세금감면과 낮은 실업률 등도 자신의 성과라고 주장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출정식을 두고 "새로운 슬로건, 록밴드의 연주 등 재선 캠페인은 블록버스터급이었지만, 관중들은 4년 전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출마했을 때와 똑같은 메시지를 들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이민문제, 가짜뉴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등을 거론한 것을 두고 한 설명이었다.

미 언론들의 부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날 출정식은 열성 지지자들로 가득찼다. 올랜도 암웨이센터는 2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집회장 좌석이 매진됐다. 또 밖에 설치한 대형 화면과 푸드 트럭 앞에는 입장하지 못한 지지자들이 트럼프의 연설마다 환호성을 지르는 분위기였다고 NYT는 전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다니엘 카메론(26)은 NYT에 2016년 대선만 해도 민주당 후보 버니 샌더스 의원을 지지했지만 최근 개인 사업을 시작한 후로는 트럼프를 지지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뽑은 사람이 플로리다주 최저임금 인상에 투표를 하고, 그로 인해 직원들을 고용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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