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100세 시대'인데 연금보험 왜 안팔리나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19.06.18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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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연금보험이 안 팔리는 이유요? 보험회사가 안 파니까요.”

최근 만난 한 보험업계 관계자에게 고령화 시대에 연금보험이 인기 없는 이유를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보험사들은 앞다퉈 연금보험 신상품을 내놓고 판매 경쟁을 벌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팔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보험사의 연금보험 초회보험료는 2014년부터 감소추세를 보였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4년 간 전체 보험업계의 연금보험 판매는 68.5% 줄었다.



고령화 시대에 연금보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보험사들이 판매에 시큰둥한 이유는 팔아봤자 저금리로 수익률을 올리기 어려운 반면 자본부담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생명보험사의 경우 과거에 팔았던 고금리 확정형 상품으로 인한 역마진에 시달리고 있는데, 언제 저금리가 끝날지 알 수 없어 연금보험 판매를 늘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오는 2022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 17)이 도입되고 이에 맞춰 감독회계기준인 킥스(K-ICS)가 시행되면 금리에 민감한 연금보험은 리스크가 커지고 추가 자본확충 부담도 늘어난다. 이에 따라 최근 몇 년 간 보험사들은 과거 주력이던 저축성보험과 연금보험보다 종신보험과 같은 보장성보험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세제혜택 감소로 연금보험에 가입할 유인이 줄었다. 정부는 2017년 과세특례 금융상품을 정비한다는 명분으로 연금보험에 대해 일시납은 2억원에서 1억원으로 비과세 납입한도를 축소했다. 월납보험료는 한도가 없었는데 150만원까지만 비과세 혜택을 주기로 했다. 연금보험은 노후대비를 하면서 세금면에서도 혜택을 보기 위해 가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과세 혜택이 축소되자 수요도 따라서 위축됐다.

현재의 연금보험은 공급자(보험사)와 수요자(소비자) 모두 상품에 대한 큰 의지가 없는 상태로 보인다. 문제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노인의 나라’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 대부분이 노후소득으로 믿고 있는 국민연금이 일상적인 노후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노후를 위해 연금보험 등의 개인연금까지 모두 활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가가 운영하는 국민연금(공적연금)을 1층으로 하고 기업이 보장하는 퇴직연금(기업연금)을 2층, 개인이 직접 준비하는 개인연금을 3층으로 하는 이른바 ‘3층 노후대비책’을 굳건히 하는 것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지금 시점에서 연금보험에 대한 자본확충 부담 완화나 세제 혜택 확대 등의 정책적인 지원 없이 개인연금을 활성화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보험사도 무조건 연금보험을 외면해 개점휴업 상태로 방치 하기보다 수익률 제고 등 상품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정부와 보험사 모두 ‘상품’보다 ‘노후’라는 관점에서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머니투데이 금융부 차장 전혜영머니투데이 금융부 차장 전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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