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몰아쳐도 금리인하만 믿고 간다"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06.11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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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무역전쟁→설비투자 감소→제조업 경기둔화 우려"…"미국 증시 회복력, 中 추가관세에도 안 꺾일 것"

"무역전쟁 몰아쳐도 금리인하만 믿고 간다"


"무역전쟁 등으로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시장은 금리인하를 믿고 강하게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 (유세프 압바시 INTL 글로벌시장전략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 관세'를 거둬들였다. 하지만 시장에선 이미 예상됐던 바다. 몰랐던 호재가 아님에도 뉴욕증시는 반색하며 일주일째 랠리를 이어갔다.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증시를 떠받쳐준 덕분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공포도, 경기둔화의 두려움도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돈줄 풀기'에 대한 희망을 넘어서진 못했다.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우량주(블루칩)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8.74포인트(0.30%) 오른 2만6062.68에 장을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지수는 13.39포인트(0.47%) 상승한 2886.73을 기록했다. 대 멕시코 관세 철회로 멕시코에 공장을 둔 자동차주들이 강세를 보였다. GM(제너럴모터스)와 포드는 각각 1.5%, 0.6%씩 올랐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81.07포인트(1.05%) 뛴 7823.17에 마감했다. 초대형 기술주 그룹인 이른바 MAGA(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아마존)도 모두 올랐다. 특히 아마존은 3% 넘게 상승했다.

다우지수는 6일째, S&P와 나스닥지수는 5일 연속 상승 행진이다.


지난 7일 저녁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이 멕시코와의 합의안에 서명했다는 것을 알리게 돼 기쁘다"며 "월요일(10일) 부과될 예정이던 멕시코 관세는 무기한 연기됐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오는 불법 이민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10일부터 모든 멕시코산 상품에 5%의 관세를 부과하고 이후 매달 관세율을 5%포인트씩 인상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이후 양국 고위급 대표단의 협상 끝에 7일 합의문이 도출됐다. 합의안에는 멕시코가 과테말라 국경에 방위군 6000명을 배치하고,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가길 원하는 중남미 국가 망명 신청자들이 미 법원의 결정을 멕시코에서 기다리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와의 불법이민 차단 합의안이 멕시코 의회에서 승인되지 않을 경우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멕시코와 이민 및 보안 협정의 매우 중요한 부분에 대해 완전히 서명하고 문서화 작업을 끝냈다. 그중 하나는 미국이 수년간 요청해 온 것"이라며 "조만간 (자세한 내용이) 밝혀질 예정이며 멕시코 의회의 표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의회 표결에 문제가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떤 이유에든 승인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관세는 다시 부과된다"고 엄포를 놨다.

JP모간의 애덤 크라이서풀리 상무는 "멕시코 관세가 철회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완전히 예상할 수 없었던 건 아니다"라며 "이것이 트럼프 행정부 무역정책에 내재된 엄청난 위험을 없애주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를 낙관하면서도 추가관세에 대한 위협을 빼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경제방송 CNBC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지 못할 경우 즉시 3250억달러(약 385조원) 어치의 중국산 상품에 최고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우리와의 무역협상에서 합의할 것"이라며 "우리가 얻은 정보들에 의하면 중국은 우리보다 더 우리와 합의하고 싶어하고, 합의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절하하고 있다"며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준에 대해선 "그들이 지난해 12월 금리를 인상한 것은 큰 실수로, 아주 파괴적이었다"며 거듭 금리인하를 압박했다.

연준이 정책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일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 부문 일자리 증가폭은 7만5000개로, 전월(4월)의 22만4000개에 비해 큰폭으로 줄었다. 시장 전망치인 18만개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역설적이게도 시장은 이 같은 고용부진을 금리인하의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호재로 해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은 이달 정책금리가 25bp(1bp=0.01%포인트) 인하될 가능성을 약 19%, 다음달까지 최소 한차례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을 약 80% 반영 중이다.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가 높다는 건 그만큼 경기둔화 우려가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모건스탠리자산운용의 리사 쉘릿 수석투자관리자는 "워싱턴의 정책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불안이 경기 사이클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무역 갈등은 공급망을 왜곡하고, 설비투자를 줄여 결국 제조업 경기의 둔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증시의 상승 에너지가 쉽게 누그러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주가의 고점을 확인하기 전까진 누구도 고점을 미리 예단할 수 없다.

SEI인베스트먼츠의 짐 솔로웨이 수석전략가는 "미국 주식시장이 모든 불확실성에 맞서 보여준 회복력은 놀라울 정도"라며 "이 정도의 회복력이라면 중국에 대한 추가관세에 직면하더라도 장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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