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온미디어, 23살 자녀에 서둘러 지분 증여한 까닭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19.06.1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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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개선에 따른 주가 추가상승 염두에 둔 조기 증여. 추가증여 가능성 높아

5G 통신투자 수혜주로 꼽히는 가온미디어 (5,540원 ▼60 -1.07%)의 최대주주인 임화섭 대표가 최근 20대 자녀들에게 지분을 증여해 눈길을 끈다. 실적호전에 따른 주가상승이 이어지며 증여세가 더 늘기 전에 서둘러 지분을 넘긴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임 대표는 지난달 말 26만9784주의 워런트(신주인수권)을 두 자녀에게 각각 13만4892주씩 증여했다.



이들은 증여받은 신주인수권을 주식으로 전환(전환가 5560원)해 주주명부에 올랐다. 확보된 주식은 총 36억원, 각각 18억원 정도다.

처음에는 "배경이 의아스럽다"는 시장 반응이 나왔다. 보통은 세금을 줄이기 위해 주가가 낮은 상태에서 증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가온미디어 주가는 지난 연말 7990원(종가기준)에서 이달 현재 1만3450원으로 68%나 오른 상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가온미디어의 실적개선이 워낙 가파르게 이뤄지고 이에 따라 주가가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최대주주 입장에선 지금 시점의 증여도 늦지 않은 타이밍"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가온미디어는 셋톱박스, 홈 게이트웨이, AI 셋탑박스·스피커, 브로드밴드 장비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KT, SK브로드밴드, 유플러스 등을 비롯해 전세계 90개국, 150여개 방송통신 사업자를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기존 아날로그 셋톱박스가 디지털방식으로 전환됐고 IPTV가 확산되면서 가온미디어의 매출액도 꾸준히 늘었으나 수익성은 좋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익성이 폭발적으로 개선되는 추세다. 원가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D램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면서 원가부담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D램 가격은 지난해 연말 대비 50% 가량 낮아졌고 이에 따라 가온미디어는 올해 1분기 1579억원의 매출액과 7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172%나 증가한 수치다.

특히 올해는 미국 통신사업자들의 5G 통신서비스 전환을 대비한 대규모 수주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주가상승이 추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임 대표 입장에선 주가가 더 올라 세금부담이 커지기 전에 증여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생긴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가온미디어의 경우 지분을 증여받은 자녀들은 아직 20대 학생들이라 회사 경영에 참여할 나이가 아니다"라며 "승계가 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분을 넘겨준 것은 주가변동, 상속 증여세 절감 등 오너 입장에서 감안할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녀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임 대표가 5월말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총 16.52%(244만3067주)다. 이번 신주인수권 이동으로 자녀들에게 1% 미만의 주식이 이전됐을 뿐이라 앞으로도 증여가 추가로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증권가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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