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하려 해서" 고유정, 우발적 범행 주장…그러나 CCTV엔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19.06.10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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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서 흉기·표백제·종량제 봉투 등 구매…태연하게 포인트 적립까지

피의자 고유정이 지난달22일 밤 11시쯤 제주시 한 마트를 찾아 범행에 사용한 도구들을 구입하는 모습(오른쪽)/사진=뉴스1피의자 고유정이 지난달22일 밤 11시쯤 제주시 한 마트를 찾아 범행에 사용한 도구들을 구입하는 모습(오른쪽)/사진=뉴스1


'제주 전 남편 살해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이 "전 남편이 성폭행하려 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범행 전 마트에서 흉기, 청소용품 등을 구매하는 모습이 CCTV 영상을 통해 확인되며 계획범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0일 MBN에 따르면 고유정은 경찰 조사에서 "전 남편이 성폭행을 하려 해서 수박을 썰다가 흉기로 방어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유정은 우발적 살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철저한 계획범죄로 보고 있다.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고유정은 전 남편 강모씨(36)를 만나기 사흘 전인 지난달 22일 밤 11시쯤 제주시 한 마트를 찾아 범행에 사용한 도구를 샀다.

그는 마트에서 흉기 한 점과 표백제, 고무장갑, 베이킹파우더, 청소용 솔, 먼지제거 테이프, 종량제 봉투 등을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유정은 해당 물품을 카드로 결제한 뒤 포인트까지 적립하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고유정이 산 물품을 보면 범행 전부터 살해와 시신 훼손, 범행 흔적을 지우기 위한 청소 작업까지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전 남편을 만나기로 약속한 지난달 25일보다 일주일가량 제주에 먼저 들어와 범행도구를 준비했고, 범행 후 펜션 내부를 깨끗이 청소한 것을 미뤄볼 때 완전범죄를 꿈꿨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범행 전 휴대전화 등으로 살인 도구, 시신유기 방법 등을 검색한 점과 주인과 마주치지 않는 무인 펜션을 예약한 점을 비춰봤을 때 우발적 범행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유정 사건 피해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뼛조각이 인천 재활용 업체서 발견됐다. 사진은 지난 5일 제주경찰이 인천 소재 재활용업체에서 고유정 사건 피해자 전 남편 시신을 수색하는 모습./사진=뉴스1, 제주경찰고유정 사건 피해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뼛조각이 인천 재활용 업체서 발견됐다. 사진은 지난 5일 제주경찰이 인천 소재 재활용업체에서 고유정 사건 피해자 전 남편 시신을 수색하는 모습./사진=뉴스1, 제주경찰
'고유정 사건'을 수사 중인 제주동부경찰서는 지난 5일 인천 서구 소재 재활용업체에서 피해자 강모씨(36)의 뼈로 추정되는 물체를 수습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발견된 뼛조각은 조각당 크기가 3cm 이내로, 양은 라면박스 3분의1 정도 분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훼손된 사체가 김포 소각장에서 파쇄 및 소각된 후 인천에 있는 재활용업체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해당 물체가 사람의 뼈가 맞는지와 피해자의 것이 맞는지 등을 국과수에 감정 의뢰했다. 그러나 훼손 정도가 심하고 500~600도 이상의 고열에서 소각됨에 따라 A씨의 DNA가 훼손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정확한 감정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살해 동기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고유정은 우발적인 살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범행동기에 대해서는 추론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여러 인물들과 얽힌 가정적인 문제라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편 고유정은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해 최소 3곳 이상에 유기한 혐의로 지난 1일 충북 청주시 자택에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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