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희토류 무기화? 美는 대책 마련해놨다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9.05.3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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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IT제품에 꼭 필요한 희토류…中이 세계 희토류시장 70% 장악
무역전쟁 희토류 수출 제한 위협…美, 자국생산 확대 등 대책 마련

중국 내몽골자치구에 위치한 한 희토류 공장에서 희토류의 일종인 란타넘이 액체상태로 틀에 부어지고 있다. /사진=로이터중국 내몽골자치구에 위치한 한 희토류 공장에서 희토류의 일종인 란타넘이 액체상태로 틀에 부어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이 희토류를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무기'로 사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희토류는 말 그대로 희귀한 흙이란 뜻으로, 스마트폰과 전기자동차 모터 등 각종 첨단 제품은 물론 전투기와 레이더 등에도 꼭 필요한 원료다. 중국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면 상대국 산업도 큰 피해를 보게 된다. 하지만 미국도 이미 어느 정도 대책을 마련해 놓은 상태로,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가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할 거란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매년 12만t의 희토류를 생산한다. 세계 전체 생산량의 70%다. 호주(2만t)는 물론 미국(1.5t)도 희토류를 생산하지만 중국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 중국 개혁개방의 아버지 덩샤오핑이 과거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고 자신했을 정도다. 수출량도 많아서 지난해 미국이 수입한 희토류 약 1만8557t 가운데 80%가 중국에서 온 것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지금까지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서도 희토류는 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중국이 최근 미국에 희토류 수출을 제한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29일자 사설에서 "중국의 희토류로 만든 제품을 이용해 중국의 발전을 방해하려 드는 것을 중국 인민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를 제재하면서 미국 반도체 공급을 금지하자, 희토류 수출을 금지해 아예 반도체를 생산할 수 없게 할 수 있다고 위협한 셈이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 20일 희토류 주산지인 장시성 간저우시를 찾아 "희토류는 중요한 전략 자원이다. 기술 수준을 꾸준히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시 주석 시찰에 미국과의 무역협상 책임자인 류허 부총리까지 동행하면서 미국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후 중국 정부의 경제기획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외교부 등이 잇따라 공식적으로 희토류를 보복 카드로 사용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



그러나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이 당국이 자신하는 만큼 미국에 큰 충격을 줄지는 확실하지 않다. 미국도 희토류를 생산하는 데다, 정부 차원에서 이미 대책 마련에 나섰기 때문이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이날 미 의회에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대한 대책을 보고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 내 희토류 생산 확대를 위한 연방기금 설립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작정 희토류를 무기화하는 것은 중국에게도 큰 부담이다. 중국은 이미 2010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놓고 갈등을 빚던 일본을 상대로 희토류 수출을 제한한 바 있다. 이후 일본은 물론 미국과 유럽 등에서 중국 희토류에 대한 경각심이 크게 고조됐다. 미국의 희토류 생산업체 몰리코프 미네럴스가 에스토니아 희토류 생산업체 사일멧을 인수해 수입처를 다변화했고, 일본의 히타치제작소와 미쓰비시전기 등은 희토류의 일종인 네오디뮴(Nd)을 사용하지 않는 고성능 모터 개발에 착수했다.

당시 중국은 희토류 무기화로 국제적인 신뢰도 잃었다. 2014년에는 세계무역기구(WTO)가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의 제소로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를 조사했으며 최종 협정 위반으로 판정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유감을 표명했지만 결국 이듬해 희토류 수출쿼터(할당)제를 10년 만에 전격적으로 폐지한다. WTO 판정에 승복한 셈이지만, 특허소송이나 자원세 등 다양한 방법으로 '희토류 패권' 유지를 위해 노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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