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0초에 1대씩 뚝딱…LG전자 美지능형 공장 가보니

머니투데이 클락스빌(미국)=이상배 특파원 2019.05.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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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美 테네시주 세탁기 공장 본격 가동…세탁기 세이프가드 등 트럼프 '무역장벽' 넘는 '신의 한수'

LG전자의 미국 테네시주 세탁기공장 전경/ 사진 제공=LG전자LG전자의 미국 테네시주 세탁기공장 전경/ 사진 제공=LG전자


미국 남동부 테네시주의 작은 마을 클락스빌. 여기서 LG그룹의 이름을 딴 'LG 하이웨이'를 따라 북쪽 켄터키주 경계를 향해 달리다보면 옥수수밭과 밀밭 사이로 거대한 흰색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LG전자 (106,500원 ▼1,400 -1.30%)의 미국내 첫번째 가전제품 공장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등 '무역장벽'을 돌파하는 첨병이 될 LG전자의 세탁기 공장이 29일(현지시간)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2월 테네시주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2년 3개월만이다. 3억6000만달러(4300억원)가 투입된 이 공장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시작된 한국 기업의 첫번째 미국 투자 사례다.



◇무인운반로봇 200대…'최첨단 스마트공장'

LG전자가 테네시주로부터 임차한 부지는 총 125만㎡로 축구장 175배 크기에 해당한다. 여기서 총 700명의 근로자가 매년 120만대의 고급 세탁기를 찍어낸다. 하루 9시간씩 공장을 돌린다고 가정할 때 10초에 세탁기 1대씩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최첨단 스마트공장으로 설계된 이 공장은 LG전자의 주력 가전제품 생산라인인 창원공장의 약 3분의 1 인력으로 같은 물량을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자동화돼 있다. 공장 내부에선 무인운반로봇인 AGV(자동경로차량)가 쉴새 없이 부품을 실어나르고 있었다. 현재 이 공장에만 200개에 가까운 무인운반로봇이 투입돼 있다. 각 생산라인마다 필요한 부품의 종류와 수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주문하고 공급하는 것도 자동으로 이뤄진다.

대부분의 공장에선 사출기 1대당 근로자 1명 이상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 공장의 사출기는 사람의 손길이 전혀 필요하지 않도록 완전 무인화돼 있다. 소음·진동 등 주요 불량에 대한 점검도 천장에 달린 센서를 통해 자동으로 이뤄진다. 품질을 추적하고 관리하기 위한 라벨 부착과 포장 역시 로봇의 몫이다. 지능화된 공장 설계와 고도의 통합생산관리시스템 덕분에 LG전자는 단 몇분만에 라인에서 생산하는 품목을 바꿀 수도 있다.

LG전자의 전세계 12번째 세탁기 생산라인인 테네시 공장은 앞으로 창원공장과 함께 미국 세탁기 시장을 공략하는 LG전자의 양대 생산기지가 된다. 테네시 공장이 태국·베트남 공장의 미국향 물량을 대체함에 따라 태국·베트남 공장은 이후 다른 지역의 수요를 충당하게 된다. 창원공장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세탁기 물량은 그대로 유지된다.


미국 세탁기 시장에서 LG전자의 주요 공략 대상은 900달러(약 11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 시장이다. LG전자의 통돌이 세탁기는 지난해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의 소비자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LG전자 미국 테네시주 세탁기공장 내부의 조립라인/ 사진=이상배 뉴욕특파원LG전자 미국 테네시주 세탁기공장 내부의 조립라인/ 사진=이상배 뉴욕특파원
◇트럼프 '무역장벽' 넘는 '신의 한수'



LG전자가 미국 세탁기 공장 건설을 검토하기 시작한 건 9년 전. 현지 생산을 통해 물류비와 관세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현지 시장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었다. 이후 미국 각주와의 접촉을 거쳐 테네시주로 지역을 낙점한 게 2016년이다. 낮은 세율과 주정부의 적극적인 자세가 주효했다. 테네시주는 법인세 감면 혜택 뿐 아니라 부지를 20년간 무료로 임대하고 이후 싼값에 팔겠다고 약속까지 내걸었다. 도로 등 인프라 제공은 물론이다.

2017년 1월 LG전자의 조성진 부회장과 송대현 사장(H&A사업본부장)은 당시 테네시 주지사가 내준 헬기를 타고 테네시주 북쪽 지역을 둘러본 뒤 클락스빌을 선택했다. 거래처와의 접근성 등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었다.

그해 8월 첫삽을 뜬 테네시 공장은 당초 예정보다 6개월 앞당겨 완공됐다. 지난해 2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산을 비롯한 수입산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면서 현지 생산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세이프가드 발동에 따라 미국으로 수입되는 세탁기는 올해의 경우 120만대까진 18%, 초과분은 무려 45%의 관세를 물어야 한다. 올들어 이미 수입물량이 120만대를 넘어선 만큼 앞으로는 무조건 45%라는 고율의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당초 세이프가드를 염두에 두고 미국내 공장 건설을 추진한 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LG전자 입장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장벽을 넘어설 '신의 한수'였던 셈이다.

이날 준공식에서 송 사장은 "전세계 수많은 공장들을 다녀봤지만 최첨단 스마트 공장에서 최고 품질의 세탁기를 생산하는 이 공장이 가장 자랑스럽다"며 "테네시 공장 준공을 계기로 북미 시장에서 강력한 시장지배력과 지속가능한 성장구조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준 주애틀랜타 총영사는 "테네시주에만 LG전자, 한국타이어 등 10개의 한국 공장이 있다"며 "테네시주와 한국의 관계가 더욱 깊어지길 바란다"는 축사를 남겼다.



빌 리 테네시 주지사는 "고도로 자동화된 LG전자의 공장은 우리 주에서 가장 인상적인 생산시설"이라며 "LG전자가 투자한 만큼 우리도 훌륭한 인력으로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조 피츠 클락스빌 시장은 "LG전자가 우리 지역에 큰 공헌을 해줘 고맙다"며 감사를 표했고, 마크 그린 하원의원은 "오늘은 위대한 기업과 위대한 국가를 증명하는 날"이라고 치켜세웠다.

29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서 열린 LG전자 세탁기 공장 공장 준공식에서 (왼쪽부터) 마크 그린 하원의원, 조주완 LG전자 북미지역대표 겸 미국 법인장 (부사장), 빌 리 테네시 주지사,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 (사장), 김영준 주애틀랜타 총영사가 기념 리본을 자르고 있다./ 사진 제공=LG전자29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서 열린 LG전자 세탁기 공장 공장 준공식에서 (왼쪽부터) 마크 그린 하원의원, 조주완 LG전자 북미지역대표 겸 미국 법인장 (부사장), 빌 리 테네시 주지사,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 (사장), 김영준 주애틀랜타 총영사가 기념 리본을 자르고 있다./ 사진 제공=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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