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 파커 호텔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환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8.9.25/뉴스1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3월 말 강연에서 "한·미·일 3국이 북한 등 전략적 핵심 사안에 집중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일 관계가 좋을 때 세 나라 모두가 혜택을 얻는다"고 했다는 발언도 소개했다.
외교가에선 최근 한·일 양국이 서로를 향해 발신했던 유화 메시지가 미국의 중재 노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을 국빈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나 북한 문제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한·일 관계와 관련한 의견을 주고받았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법원 판결 이후인 지난해 12월과 연초엔 일본 초계기가 저공 위협비행 도발에 나서는 군사적 긴장이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4월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가 우리 정부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가 타당하다고 판정하자 일본 정부가 반발하면서 양국 관계는 더 얼어붙었다.
최근 관계 정상화 조짐이 아예 없던 건 아니다. 청와대는 해법 마련을 위해 최근 강제징용 소송 원고(피해자) 측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통인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을 최근 임명한 것을 두곤 일본에 보낸 신호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도 지난 18일 북한 문제를 거론하면서 "일본과 미국, 한국이 힘을 합해야 한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만나 원래의 관계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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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 23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회담은 관계 개선의 모멘텀은커녕 갈등의 골만 재확인한 채 마무리됐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외교 결례' 논란에도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고 하면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일본의 신중한 언행이 중요하다"고 맞받으면서 날선 분위기로 끝났다.
요미우리신문은 오는 31일 싱가포르 아시아외교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추진되던 정경두 국방장관과 다케시 방위상의 공식 회담이 보류됐다고 28일 보도했다. 다음달 28∼29일 오사카 세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 한일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가 관건이지만 장담하기 어렵다는 예상이 많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현재로선) 내용이 없는 만남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