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쓴소리' 이재웅…혁신 대변인? 엑스맨?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19.05.2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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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택시 상대 날선 비판으로 잇단 논란… 엇갈리는 '쓴소리 행보' 평가

이재웅 쏘카 대표. 이재웅 쏘카 대표.


최근 정부 혁신 산업 육성 정책과 주요 공직자들에게 날선 비판을 던지고 있는 이재웅 쏘카 대표. 그의 행보를 두고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대변자로서의 활약상에 응원의 목소리가 있는 반면, 자기중심적 사고에 치우친 오만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미스터 쓴소리’ 이재웅, 사이다 발언?=이재웅 대표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혁신 산업과 정부 정책에 대해 자신의 소신을 기탄없이 드러내왔다. 스타트업 업계에선 대체적으로 “혁신산업계의 대변자”, “속 시원한 사이다 발언” 이라며 환호한다. 그러나 정부 당국 등을 겨냥한 공격적 언사로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지난 2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겨냥해 “어느 시대 부총리인지 모르겠다”고 하거나, 자신의 언행을 비판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에 대해 “갑자기 이 분은 왜 이러시는 걸까. 출마하시려나”라며 조롱섞인 글을 남긴 게 대표적이다.



70대 개인택시 기사가 분신 사망 사고에 관련해선 “죽음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죽음을 정치화하고 죽음을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밝혀 또다른 논란을 빚기도 했다. 타다 퇴출 시위를 주도한 택시 단체들을 겨냥한 발언이었지만, 지나친 언사라는 지적도 받았다. 이 대표 발언에 대해 택시 단체들은 고인을 모독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수성가형 1세대 벤처 사업가들의 공통된 정서=일각에선 이 대표의 잇단 행보가 벤처 1세대 사업가들만의 정서로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그들은 1990년대 말 인터넷과 게임·SW(소프트웨어) 사업을 매개로 대기업 위주의 국내 산업 지형을 다변화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척박한 창업 환경에서 이들이 설립한 기업들이 현재는 대기업 반열에 올라섰다.

이재웅 대표는 1995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다음커뮤니케이션(포털 다음)을 창업한 1세대 벤처 사업가다. 1997년 무료메일 서비스인 한메일, 다음 카페 등의 서비스로 다음을 당시 네이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포털로 키웠다. 이후 다음을 카카오에 매각하고 지금은 쏘카를 운영 중이다.

그래서일까. 자수성가한 1세대 벤처 사업가들은 부(富)를 물려받은 재벌 2, 3세대들과는 정서가 다르다. 무엇보다 한국 신산업을 이끌어왔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현재도 벤처투자사 등을 통해 후배 스타트업 양성에 나서고 있다. 따지고 보면 현재 국내 스타트업 업계를 이끄는 큰손들이다. 정부 정책에 과감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도 과거도, 지금도 한국 신산업을 이끌고 있다는 벤처 1세대 창업가들의 공통된 정서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전날 이재웅 대표의 페이스북에 한글과컴퓨터를 창업한 이찬진 전 대표는 “부총리님을 비판하면 ‘상당히 무례하고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거군요”라며 “부총리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최 위원장님께 뭐라고 말씀하실지 궁금하다”고 댓글을 달았다.

스타트업 업계에선 1세대 벤처사업가가 직접 정부에 대한 비판과 요구를 쏟아내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한 스타트업 CEO(최고경영책임자)는 “어떤 기업인이 이 대표처럼 정부를 상대로 날 선 비판을 쏟아낼 수 있을까”라며 “주요 공직자들과 설전을 벌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 대표로 촉발된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나친 감정적 언사, 되레 혁신산업에 독(毒) 될 수도”=그러나 공유 경제에 따른 신구 산업 갈등이 치열한 상황에서 이 대표의 직설적인 발언이 오히려 신산업 활성화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벤처 1세대들의 경우 창업 환경이 척박하긴 했지만 지금과 같은 전통 산업의 충돌이나 개인정보보호 등 규제는 덜했다. 현재 스타트업 중 상당수가 전통 산업 지형에 영향을 주는 사업모델을 내세우고 있다.

여러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안에서 일방적인 비판만 쏟아낸다면, 오히려 갈등을 키우며 사태를 장기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전날 “당국을 비난하고 업계에 대해 거친 언사를 사용하는 건 ‘나는 달려가는데 왜 따라오지 못하느냐’는 무례하고 이기적인 일”이라고 따진 이유다.

1세대 벤처 사업가들이 투자하거나 운영 중인 사업의 이해가 걸려있는 사안들에 대해 정부 당국자와 입장이 다르다고 날을 세우는 것 자체도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벤처 1세대들도 이미 또 하나의 기득권층이 된 건 아닌지 뒤돌아봐야 한다”며 “기존 산업과 정부와의 감정 싸움을 부추기는 것이 신구 산업 갈등 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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