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쉼'을 포기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직장인 5명 중 2명은 자신을 '쉼포족'이라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바쁜 업무와 상사 눈치에 시달려 휴식을 포기하는 경우가 대다수. 근로자의 권리인 연차조차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현실을 두고 직장인들의 불만 어린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스스로 쉼포족이라고 느끼는 순간이 있냐는 질문엔 '휴가도 마음 편히 갈 수 없을 때'(64%, 복수응답)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직장인 A씨(26)는 "연차 쓸 때마다 눈치 보여서 그냥 쉬는 걸 포기했다"라며 "유렵여행 가고 싶다고 슬쩍 이야기를 꺼냈더니 상사가 '퇴사해야지 그럼'이라고 했다. 그 후로 연차 내는 게 더 불편해졌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B씨(30)는 "말은 정확히 해야 한다. 안 쉬는 게 아니라 못 쉬는 것"이라며 "나를 포함, 주변을 보면 하루 쉬는 것도 눈치보는 회사가 대부분이다. 작년에도 주어진 연차 15일 중 6일 밖에 못 썻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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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직장인들은 주어진 연차를 전부 소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잡코리아가 직장인 3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올해 연차를 모두 사용했는지 묻는 질문에 20.7%만 '모두 사용했다'고 답했다.
법적으로 보장된 연차휴가지만 유명무실한 경우도 많다. 회사 차원에서 연차 사용을 장려해도 부서나 팀 혹은 상사에 따라 사용 가능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 직장인 C씨(31)는 "회사에선 쓰라고 하는데 부서에서 못 쓰게 한다. 억울하다"라며 "부장님 때문에 여름 휴가 3일 쓰기도 어렵다. 겨우 연차 내고 쉬어도 업무 연락이 온다. 옆 부서는 주말 붙여서 5일씩 자유롭게 쓰더라"고 전했다.
직장인 D씨(38)는 "팀 업무 특성상 연차를 자유롭게 쓸 수 없다. 이번에 사원급 후배가 연차 3개 붙여서 토·일·월·화·수 쉬었는데 지금 팀장이 후배를 '대단한 친구'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연차 쓸 때 상사보다 동료 눈치가 보인다는 직장인도 적지 않았다. 직장인 E씨(28)는 "팀 동료 눈치가 보여 연차 쓰기 어렵다. 정확히 말하자면 눈치가 보인다기보다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내가 휴가 간다고 회사에서 대체 인력을 주지 않으니까. 내 빈 자리를 동료로 채워 넣는 걸 알고 있으니 쉬는 날에도 마음 불편하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쉼포족' 직장인들은 마음 편히 휴식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으로 '업무량에 맞는 인원 충원'과 '자유로운 연차 사용 장려'를 꼽는다. 사람인 설문조사에서도 '휴식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두 응답이 각각 27.4%, 26.4%로 1·2위를 차지했다.
직장인 F씨(29)는 "외국처럼 2~3주씩 쉬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법적인 보장보다 인력 충원 등 연차 쓸 수 있는 환경부터 마련해줬음 한다"며 "무엇보다 있는 연차 쓰는 건데 회사, 상사가 눈치 좀 안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