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돌풍', 유럽의회도 집어삼킬까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05.2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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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6일 유럽의회 선거, 반(反)난민·반유럽 '극우 정당' 의석 2배이상 늘릴듯...오스트리아 '부패 스캔들'이 변수

/사진=로이터통신./사진=로이터통신.


이번주 열리는 유럽의회 선거는 유럽연합(EU) 60년 체제가 유지될지, 균열이 가속화할지 운명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반(反)난민, 반유럽 정책을 내세우는 '극우 포퓰리즘'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선거가 '극우 포퓰리즘'의 화력을 볼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분노와 국가주의를 부르짖는 포퓰리스트들과 현 상태를 유지하라고 다독이는 주류 리더들이 치열한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 자유민주당의 마리에티예 샤아케는 "이번 선거는 막는자와 부수는 자 사이의 대결"이라면서 "사람들은 어떤 문제가 걸린지 알고 투표를 할까"라고 의문을 표했다.

이번 선거에선 '극우 포퓰리즘' 정당들이 751개의 유럽의회 의석 중 몇개나 차질할지이다. 오는 23일부터 26일까지 28개 EU회원국에서 총 4억명에 달하는 유권자가 투표를 실시한다. 영국과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프랑스와 독일 등 21개 각국에서의 투표로 마무리된다. 유권자들이 각국 정당에 투표하면 득표율에 따라 유럽의회 내 해당 정당의 의석이 정해진다. 자국에서 돌풍을 일으키면 유럽의회마저 집어삼킬 수 있는 것이다.



유럽의회 내에선 비슷한 성향의 정당들이 모여 또다시 정치그룹을 구성하는데, 극우정당들은 유럽민족자유(ENF)과 '자유와 직접민주주의의 유럽(EFDD)' 등이 지난 선거에서 각각 37석, 41석을 확보했다. 유럽외교협회는 이들 두 정당이 이번 선거에는 두배 넘게 점유율을 넓혀 총 137석(18.2%)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본다. NYT는 최대 180석까지 확보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이들이 무소속 등 극우세력을 총 결집하면 유럽의회내 극우 정당 점유율은 30%에 육박하리란 전망도 있다.

변수는 오스트리아다. 오스트리아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극우 자유당의 하인츠 크리스티안 슈트라헤 부총리가 러시아와 부당거래를 하는 '부패 동영상'이 공개되며 지난 18일 사퇴했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는 올 9월 조기 총선을 실시할 계획이다.

다급해진 극우세력들은 같은날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엔 이탈리아 극우 동맹당 대표 겸 부총리인 마테오 살비니,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 대표, 네덜란드 극우 정당 자유당의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 등 11개 극우 정당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최근 프랑스 정당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차지했던 국민연합 르펜 대표는 "여러분은 '내가 그때 거기 있었다'고 손자들에게 말해줄 수 있는 역사적 순간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주류 리더들도 이 틈을 타 극우주의 타도를 외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럽이 극우 포퓰리즘에 결연히 맞서야 한다"고 촉구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은 더 뭉쳐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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