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걱정말라" 확장재정으로 포용적 혁신성장 구축

머니투데이 세종=민동훈 기자, 박경담 기자 2019.05.1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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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 포함해도 올해 국가채무비율 39.5% 불과…과감한 지출구조 혁신 통해 확장재정 정당성 확보

【세종=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세종 어진동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19.05.16.    photo1006@newsis.com【세종=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세종 어진동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19.05.16. [email protected]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내년도 예산 편성의 기조가 '확장재정'임을 분명히 했다. 투자와 소비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가운데 수출까지 감소한 상황에서 재정당국이 '균형재정'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지출을 늘리라는 주문이다.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더라도 경제구조를 개선하면 성장잠재력이 회복돼 충분히 메꿀 수 있다고 봤다. 재정당국은 적극적 재정 기조가 국민의 공감을 얻을수 있도록 과감하게 지출구조를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재정의 역할을 재차 강조한 건 그만큼 최근 경제상황이 엄중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4월까지 5개월째 하락했다. 이달 1~10일 수출도 130억33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감소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내놓은 경제동향 5월호를 통해 "투자와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가 부진하다"고 진단했다. 최근 미-중 무역갈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어서 수출전망은 여전히 흐리다.

경제상황이 나쁠 때마다 확장적 재정정책은 효과를 발휘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예산은 284조5000억원으로 전년대비로는 역대 최대인 10.6% 늘었다. 2009년 관리대상수지는 21조8000억원 적자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2.1% 규모다. 이처럼 과감하게 확장 재정을 편 결과 2009년 0.7%에 불과했던 GDP성장률은 이듬해 6.5%까지 반등했다.



국가재정이 매우 건전한 만큼 단기적인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부작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중앙·지방정부 부채(국가채무)는 731조8000억원인데,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9.5%에 그친다. 3조6000억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올해 추가경정예산까지 반영한 수치다. 4월말 기준 외환보유액도 4040억3000만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이다. 해외에서 우리나라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탄탄하다고 평가하는 배경이다.

재정당국 입장에선 쓸 곳은 많아지고 있지만 쓸 돈이 넉넉지 않다는 딜레마가 있다. 문재인 정부 집권 초반 정부 지갑 사정은 여유로웠다. 문재인 정부는 예상보다 많이 걷힌 세금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재정정책을 폈다. 지난해 세금은 기획재정부 전망보다 25조4000억원이 더 걷혔다. 문재인정부 집권 첫 해인 2017년에 더 걷힌 세금도 14조3000억원으로, 2016년(9조9000억원)보다 많았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집권 4년차인 내년부터 세수는 넉넉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가 나빠 당장 법인세가 비상이다. 올해 기업 실적은 내년 법인세에 영향을 끼친다.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6조2333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60.2% 줄었다.


재정 분권에 따라 중앙정부가 쓸 수 있는 국세도 줄었다. 올해부터 부가가치세의 11%였던 지방소비세율이 15%로 올랐다. 이에 따라 1~2월 부가세 세수는 전년과 비교해 9000억원 줄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일 "세수 1차 점검 결과 내년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며 "올해 경기가 어떻게 전개되느냐가 중요한데 법인세는 결코 쉽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는 쓸 돈이 풍부하지 않은 상황을 만회하기 위해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낭비되는 예산을 최대한 줄여 사회안전망 구축, 혁신성장에 투입하겠다는 것. 홍 부총리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지출구조조정 등을 통한 재정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등 중장기 재정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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