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더 드릴께"…우울한 면세점, 화색도는 화장품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19.05.1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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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포인트]정부, 대기업 시내면세점 특허 확대 결정…경쟁심화 우려에 유통주 급락, 실적개선 기대에 화장품주 상승

이호승 기획재정부 차관이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PPS홀에서 '보세판매장 제도 운영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2019.5.1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이호승 기획재정부 차관이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PPS홀에서 '보세판매장 제도 운영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2019.5.1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가 대기업에 시내면세점 신규특허를 5개 더 내주기로 하면서 면세점을 운영하는 유통기업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반면 화장품주는 일제히 오르고 있다. 면세점이 늘어나면 기존 사업자들의 경쟁은 더 치열해지지만, 화장품 업체 입장에선 유통망이 늘어 실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투자자들이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오전 11시30분 현재 호텔신라 (57,600원 ▲600 +1.05%)는 전날보다 4.74% 떨어진 10만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개장 직후 9만6700원까지 급락했다가 낙폭을 겨우 줄였다.



신세계 (162,900원 ▼1,100 -0.67%)는 전날보다 3.25% 하락한 31만25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신세계 역시 장 초반 29만8500원까지 떨어졌으나 낙폭이 줄면서 30만원대를 회복했다. 현대백화점 (50,800원 0.00%)은 1.33%, 롯데쇼핑 (68,600원 ▲400 +0.59%)은 0.66% 하락하고 있다. 반면 최근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23,100원 ▲50 +0.2%)는 2%대 오르고 있다.

화장품주는 동반 강세다. LG생활건강 (392,000원 ▲16,500 +4.39%)이 전날보다 1.32% 오른 130만9000원, 아모레퍼시픽 (150,600원 ▲4,500 +3.08%)이 1.27% 상승한 20만원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토니모리 (7,720원 ▼80 -1.03%)잇츠한불 (12,020원 ▼30 -0.25%) 에이블씨엔씨 (6,590원 ▲120 +1.85%) 제이준코스메틱 (6,170원 ▼60 -0.96%) 리더스코스메틱 (3,300원 ▲175 +5.60%) 한국화장품 (6,680원 ▼90 -1.33%) 등 중소 업체도 1~3%대 올랐다.



화장품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엡체들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콜마 (48,450원 ▲150 +0.31%)는 5% 이상 올랐고 코스메카코리아 (35,300원 ▼300 -0.84%)는 3%대 상승했다. 코스맥스 (135,000원 ▲2,300 +1.73%)에도 매수 주문이 늘고 있다.

이처럼 유통과 화장품 기업 주가를 가른 것은 정부의 면세점 정책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4일 오후 보세판매장 제도운영위원회 회의를 열고 오는 11월 서울 3개·인천 1개·광주 1개 등 총 5개의 대기업 시내면세점 특허를 추가 발급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9월 면세점 사업을 접기로 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서울 시내면세점(63빌딩) 특허권은 다른 기업에 넘기지 않고 없애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서울 시내면세점은 총 15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2014년 6개에서 2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이 중 대기업이 운영하는 서울 시내면세점은 현재 9개(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제외)에서 3개 더 늘어 12개가 된다.


롯데면세점 본점 전경/사진=머니투데이 DB롯데면세점 본점 전경/사진=머니투데이 DB
시장에선 신규 점포가 늘면 면세점 사업을 하는 유통업체는 과당 경쟁으로 수익이 낮아지고, 반대로 화장품 업체 실적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면세점 사업은 한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지만 점포가 급증하면서 시장 포화, 과열 경쟁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어 유통기업에 불리하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과거 50%를 넘어섰던 롯데의 시장 점유율이 올 1분기 현재 37.8%로 낮아진 것, 한화가 사업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 포기 선언한 것 등이 이 같은 논리를 뒷받침한다.

매년 여행사에 지불하는 송객수수료가 늘어나는 것도 한 요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송객 수수료는 총 1조3181억원으로 3년 전인 2016년(9672억원)대비 36% 증가하는 등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고 있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서울지역에 3개 면세점이 더 들어서면 4~5년만에 점포가 3배 가까이 증가하는 것"이라며 "입찰 결과가 어떤 시나리오로 전개되든 관련 업체들의 손익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봤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신라·신세계·현대 등 주요 사업자는 신규 특허 입찰에 무조건 뛰어들 것"이라며 "수익을 노린 입찰이 아니라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생존 입찰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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