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유행하는 혈통신탁 아세요?

머니투데이 오영표 신영증권 신탁사업부 이사 2019.05.1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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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디렉터] 오영표 신영증권 신탁사업부 이사

미국에서 유행하는 혈통신탁 아세요?


혈통을 중시하는 것은 아시아 유교 문화일 거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미국의 신탁을 연구하다 보면, 미국에서 혈통을 중시하는 신탁이 유행인 것으로 보인다. ‘혈통신탁(bloodline trust)’이 대표적인 신탁상품이다.

“친구는 선택할 수 있지만, 가족은 선택할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 사위나 며느리도 법적으로는 가족으로 취급되긴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혈통은 아니다. 법적인 가족은 이혼으로 그 가족관계가 없어질 수 있지만, 혈통은 그 어떠한 방법으로도 부인할 수 없다. 법적으로 가족관계가 형성되는 사위나 며느리가 아니라 오직 혈통인 자녀, 손자녀들만 신탁재산을 이용할 수 있도록 구성한 신탁을 혈통신탁이라 한다.



혈통신탁을 활용하면 부모가 딸에게 많은 유산을 남겨주었으나, 일정 기간이 흘러 딸과 사위의 재산이 섞여 재산을 분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딸이 사위와 이혼할 경우 일정 재산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 부모가 남겨준 유산을 딸과 딸의 자녀인 손자녀들만이 활용하도록 했을 경우, 사위가 이 재산을 사용할 수도 없고 이혼 시에도 특유재산으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재혼할 경우 재혼 전 자녀들과 재혼하려는 배우자의 자녀들 간의 재산분쟁도 혈통신탁을 활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 재혼 전에 각자 재산에 대해 혈통신탁을 설정해 놓고 재혼 부부가 부부 공동으로 사용할 재산을 분리할 경우 부부 둘 사이는 물론 자녀들 사이에서도 재산과 관련한 분쟁이 생기지 아니할 것이다.



영구구속금지의 원칙이 적용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 신탁법은 자녀, 손자녀, 증손 자녀 등 유산을 대대손손 혈통만이 사용하도록 신탁계약을 설계할 수 있다. 자칫 구시대적인 생각이라고 해버릴 수도 있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혈통 간의 재산 보호가 오히려 자녀 부부사이를 더 좋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혈통신탁의 활용은 현명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고객들과 상담하다 보면, 자녀들의 결혼과 관련한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녀들이나 손자녀들이 믿을 만한 배우자를 잘 선택하여 행복하게 산다면 이보다 좋을 수 없지만, 우리가 살아오는 경험칙에 의하면 그렇지 않을 확률도 매우 높다. 우리나라 결혼 건수 대비 이혼율은 30% 이상이다. 30%라면 엄청나게 높은 비율이다.

자녀들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기대하지만, 그렇다고 그러한 기대만으로는 안정감이 떨어진다. 혹시 모를 자녀들의 이혼을 대비해서라도 그냥 유산을 물려주기보다는 혈통신탁을 활용하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혈통신탁은 만일에 있을 자녀들의 이혼, 사망 등의 변수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이혼을 예방함으로써 자녀들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혈통신탁으로 어렵게 모은 재산을 보호하면서 자녀, 손자녀의 행복한 결혼생활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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