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세에 품은 초교 졸업장…"중학교 가고 싶어요"

머니투데이 이해인 기자 2019.05.1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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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서 태어나 여자라 공부 꿈 못꿔…공부 시작 2년만에 검정고시 '합격'

국육례 할머니(83, 왼쪽)가 14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진행된 '2019년 제1회 검정고시 합격증서 수여식'에 참석해 조희연 교육감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국 할머니는 이번 검정고시 합격자 중 최고령자다./ 사진=서울시교육청국육례 할머니(83, 왼쪽)가 14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진행된 '2019년 제1회 검정고시 합격증서 수여식'에 참석해 조희연 교육감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국 할머니는 이번 검정고시 합격자 중 최고령자다./ 사진=서울시교육청


"그 당시 두뫼산골서는 여자가 공부라는 걸 할 수 없었어요. 너무 늦게 시작해서 아쉬운데 체력만 되면 중학교도 도전하고 싶어요."

14일 오후 3시 서울교육청 11층 강당에서 열린 ‘2019년도 제1회 ’초·중·고교 졸업학력 검정고시‘ 합격증서 수여식에서 최고령으로 초등학교 검정고시 합격증서를 거머쥔 국육례(83) 할머니의 소감이다.



충남 태안에서 태어난 국 할머니는 어렸을 적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당시 시골에서는 모든 아이를 교육 시킬 수 없어 남자만 학교에 보냈기 때문이다.

병원에 가도 자신의 이름 하나 쓰지 못하는 게 속상했었다는 국 할머니. 2017년 5월 손녀딸로부터 집 근처 복지관에서 검정고시 준비를 도와준다는 말을 듣고 공부를 시작했다.



일주일에 2회 복지관에서 2시간씩 공부했다. 수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에 매일 복습과 예습도 빼놓지 않았다. 약 2년 뒤인 지난 4월 국 할머니는 검정고시에 응시해 당당히 합격했다.

초등학교 졸업 검정고시는 국어와 사회, 수학, 도덕, 실과, 과학 등 총 6과목의 시험을 친다. 총점이 360점을 넘어야 합격이다. 국 할머니는 390점으로 여유 있게 합격점을 넘었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과목은 도덕. 100점 만점에 90점을 맞았다.

수학은 40점밖에 못 맞았다며 쑥스럽게 웃는 국 할머니는 주변인들에게 감사의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복지관의 김정순 선생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합격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공부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집에서 가르쳐주기도 한 손녀딸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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