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주택개발청(HDB)이 공급한 공공 주택. / 사진=블룸버그
13일(현지시간) 미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 9일 부동산의 남은 임대 기간이 최소 20년 이상일 경우, 예비 주택구매자가 95세까지 퇴직연금을 통해 구매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중앙연금기금(CPF) 규정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CPF는 우리나라의 국민연금과 비슷하지만, 조성기금을 가입자의 자가주택 구입지원·의료·교육 등에 활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르다. CPF는 일반계정, 특별계정, 의료계정 등 크게 3개로 구분되는데, 이 중 39%를 차지하는 일반계정을 주택 구매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
싱가포르는 국민 대부분이 본인 소유의 주택을 지닌 나라다. 싱가포르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싱가포르 시민권자 117만여 명의 자가보유율은 90.5%에 달하고, 이 중 81.9%는 주택개발청(HDB)이 공급한 주택에, 17.7%는 콘도미니엄, 단독주택 등 민간주택에 거주한다. HDB는 우리나라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해당한다.
자가보유율이 90%에 달하는 비결은 CPF를 활용한 덕분이다. 신혼부부 등도 집값의 90%(규정 변경 이전 80%)를 주택개발청을 통해 저금리 장기 대출을 받아 CPF로 충당할 수 있다. 즉, 집값의 10%(이전 20%)만 내도 손쉽게 자가 마련이 가능하다. 지난 5년간 CPF 자금의 연평균 100억싱가폴달러(약 8조6760억원)가 부동산 구매를 위해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자가율에도 정부가 정책 개선에 나선 이유는 일 년 반 남은 총선 때문이다. 리셴룽 총리의 임기 끝이 다가오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아파트 전매(재판매)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지난 3월까지 최근 3개월새 HDB 공급 주택 환매 가격은 0.3% 떨어져, 3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남은 임대기간이 60년 미만인 HDB 공급 아파트는 올해 1분기 전체 전매 거래의 14%를 차지해, 노후주택 판매 비율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크리스틴 선 시장조사업체 오렌지티앤티 연구팀장은 "연령을 95세로 올리면 연금을 활용해 노후 아파트를 사는 구매자 풀이 늘어날 것"이라며 "수요가 증가하면 노후 아파트와 신규 아파트 사이 가격 격차가 안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후 주택의 가격 하락을 방지해 민간 주택의 수요를 늘린다는 분석도 있다. 노후 아파트 소유주들이 기존 주택을 더 빨리 판매하고, 새 주택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자산관리사인 ZACD의 니콜라스 맥 전무는 "개정된 규정은 노후 주택과 개인 임대 주택 전매시장에 더 많은 유동성을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