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SW산업 강국 한국, 약점은 디테일

머니투데이 김창훈 KRG 부사장 2019.05.10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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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SW산업 강국 한국, 약점은 디테일


최근 국가 소프트웨어(SW) 정책기구인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가 발표한 국가별 SW경쟁력 지수 평가에서 우리나라가 전 세계 10위권에 포함됐다고 한다. SW경쟁력 지수는 SW환경과 인력 혁신 성과 활용 등 5개 분야에 걸쳐 지수화해 평가한 결과다. 이번 평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6개국과 중국 인도를 포함해 28개국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한국이 10위권에 포함됐다는 건 무척 자랑할 만하다.
 
하지만 산업계에서 평가하는 체감 경쟁력과는 다소 차이가 존재한다. 10위권에 속할 정도면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는 SW강국이라 자평할 만하다. 그러나 세부 항목을 따져보면 과연 우리가 SW강국인지는 의문이다. 1위를 차지한 SW정부지원과 인프라부문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할 수 있지만 규제임금 시장규모 수출부문에서는 모두 최하위권에 머물렀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잔칫상은 화려하나 정작 음식 맛은 별로인 꼴이다. 따라서 개별 평가요소에서 하위권을 맴도는 요인들이 우리나라 SW산업의 취약점이며 이를 극복하는 게 우선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디테일 영역에서 살펴보면 규제부문이 심각하다. 세계적 스타트업들이 진출한 모빌리티나 헬스케어 핀테크 분야 등에서 한국 기업들이 설 자리는 드물다. 간단한 예로 헬스케어 분야에서 원격진료 금지로 아무리 제품이 좋아도 시장에 내놓을 수 없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은 국회에 계류된 1000개 법 중 진흥법이 300개인 반면 규제법은 700개 정도라고 했다. 법률만 놓고 본다면 한국은 ‘규제 공화국’인 셈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SW진흥법만 해도 그렇다. 새로 개정된 SW진흥법은 최소한의 산업 진흥을 위해 필요한 법률개정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치권은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다. 일명 개망신법(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도 마찬가지다. 금융권 4차 산업혁명에 속도를 내기 위해선 데이터 관련 규제개혁이 필수인데 데이터 3법 처리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임금 등 처우문제도 심각하다. 개발자들의 대표 커뮤니티인 ‘스택오버플로우’가 2016년 나라별 SW개발자들의 임금수준을 발표했는데 한국 개발자 평균 임금 순위는 19위로 조사됐다. 하지만 한국 IT(정보기술)업계 근로자들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010년 기준으로 2906시간에 달했다. 시간당 임금으로는 최하위 수준에 불과하다.
 
고용의 질도 그렇지만 시장규모도 이번 조사에서 28개국 중 23위로 조사됐다. 시장규모가 작다 보니 아무리 좋은 제품이 개발돼도 한국 시장에서 웬만하면 성공하기 쉽지 않다. 내수시장이 일정부분 받쳐줘야 하는데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지 않다 보니 개발자들은 인력 중심의 SI(시스템통합)사업으로 몰리기 십상이다. 내수시장도 작은데 SW 수출규모도 28개국 중 21위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 SW경쟁력의 질적 변화를 위해선 무엇이 시급할까. SW산업의 질적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선 일정부분 양적 변화를 통해야 가능하다. 양적 변화는 결국 투여되는 리소스, 법적·제도적 정비 등의 부단한 시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과 같은 숫자 중심의 정책, 일정 자금을 투여하고 몇 년까지 얼마 시장을 형성하는 등의 오래된 정책을 답습하는 형태로 진행된다면 몇 년 후에도 여전히 제자리걸음만 할 가능성이 높다. 숫자 중심의 장밋빛 정책이 중요한 것이 아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체계적이고 신중한 플랜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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