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스승의 날'이 불편한 교사들

머니투데이 세종=문영재 기자 2019.05.0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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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스승의 날'이 불편한 교사들


'선생님은 / 학생들 마음에 색깔을 칠하고 생각의 길잡이가 되고 / 학생들과 함께 성취하고 실수를 바로 잡아주고 / 길을 밝혀 젊은이들을 인도하며 / 지식과 진리에 대한 사랑을 일깨웁니다.'(중략)

고 장영희 서강대 교수가 번역한 미국 시인 케빈 윌리엄 허프의 영시 '선생님은'의 일부분이다. 일년에 단 하루 5월15일. 교사가 주인공이 되는 '스승의 날'은 역설적으로 교사들에게 몹시 불편한 날이다. 일부 초·중·고교에서는 올해도 '재량 휴업'을 선택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스승의 날을 '교육의 날'로 바꾸자는 제안까지 나왔다.



과거 교사라는 이름 자체만으로 사회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교사들의 사기는 해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다. 한국교총의 '2015년 교원 인식 설문조사'를 보면 "학교 현장에서 자신과 동료 교사들의 사기가 최근 1~2년 새 떨어졌다"는 응답이 75%에 달했다. 5년 전인 2010년 조사(63.4%) 때보다 11.6%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교육현장의 급격한 변화와 교권추락에 교사들은 교단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힘들고 보람을 찾지 못하는 직업으로 인식되고 있어서다. 한국교총에 따르면 올해 2월 명예퇴직 신청교원은 6039명이다. 지난해 2·8월 명퇴 신청인원(6136명)에 육박했다. 올 8월까지 명퇴신청을 받으면 지난해 신청인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란 관측이다. 교권추락은 '한 가정 한 자녀' 시대에 지나친 자식사랑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용대란'과 교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면서 교직에 대한 인기도 예전만 못하다. 교육계에 따르면 2019학년도 대입에서 교대 경쟁률은 1대1수준을 나타내며 모두 지난해보다 떨어졌다. 한국교원대는 2.18대1에 그쳐 전년도 11.78대1보다 크게 낮아졌다. 학령인구 감소 등에 따라 임용규모도 현재보다 더 축소될 전망이다.

교권추락에는 교사들이 자초한 측면도 적지 않다. 과거 '교원평가제 반대'와 같은 집단이기주의는 국민의 등을 돌리게 한 요인이었다. 교단 대신 정치무대에 뛰어든 일부 단체의 활동은 '스승' 이미지를 스스로 격하시켰다는 평가가 많다.

잊혀질만 하면 터져 나오는 일부 교사들의 일탈과 비리도 불신을 낳고 있다. 자신의 사리사욕에 눈먼 교사들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럼에도 교사를 신뢰하는 분위기가 교실에 형성되지 않으면 교육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사명감을 갖고 묵묵히 현장에서 힘쓰는 교사에게 다시 믿음을 갖고 힘을 실어줘야 하는 이유다. 그 다음은 교사 몫이다.

문득 '여왕의 교실'이란 일본드라마가 떠오른다. 주인공 여교사는 "왜 그리 (학생들에게) 열심히 하느냐"는 동료교사 물음에 "아이들은 크는 동안 예상한 것 이상의 기적을 일으킨다"고 답한다. 스승은 제자가 있어야 비로소 존재할 수 있다. 오늘도 기적을 일으킬 교육을 믿고 아이들 한 명, 한 명에 정성을 쏟아붓는 선생님들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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