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마흔다섯 마가렛 대처가 쉰여섯 유은혜에게

머니투데이 세종=문영재 기자 2019.01.31 04:30
글자크기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우보세]마흔다섯 마가렛 대처가 쉰여섯 유은혜에게


"교육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 걱정을 덜어드리고 국민 삶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게 성과를 내는 한 해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강조한 말이다. 지난해 정부업무평가 성적표를 받아든 직후라 분위기는 이전과 사뭇 달랐다. 22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교육부는 평가결과 최하 등급인 '미흡'을 받았다.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과정에서 혼선을 빚고 초등학교 1~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 입장 번복 등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교육부는 매년 정부업무평가 결과 미흡을 받는 '단골손님'이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5차례나 꼴찌 판정을 받았다. 그나마 2012년과 2014년, 2017년 '보통' 평가를 받았다. 교육부가 이처럼 낙제를 면치 못하는 것은 국정교과서 논란 등 진영논리에 휘둘려 좌고우면하거나 정책의 타이밍을 실기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라는 게 교육계 안팎의 시각이다.



이런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교육정책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교육부는)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라'며 비아냥의 말이 나오기도 한다.

교육부는 국민권익위원회가 5등급(매우 우수-우수-보통-미흡-매우 미흡)으로 분류해 매년 발표하는 '청렴도 종합평가'에서도 바닥을 기고 있다. 2009년 이후 2017년까지 최하(4·5등급)를 받았다. 2012년만 겨우 체면치레(3등급)했다. 종합평가뿐만 아니라 정책수요자인 국민을 상대로 한 정책고객 평가에서는 2014년 이후 줄곧 4등급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학부모·학생들이 교육부에 등을 돌리도록 한 요인으로도 꼽힌다.



교육전문가들은 올해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 패러다임 전환과 교육정책 신뢰 회복을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기 위해선 유 장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고교 무상교육 등 치적에 대한 조급증을 버리고 학생·학부모·교사 등 교육주체들에게 장기 비전만 제시해도 소임을 다한 것이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유 장관 스스로도 신년사에서 올해 핵심과제로 미래교육시스템 구축과 교육 신뢰회복 두 가지를 들지 않았던가.

'철의 여인'이라 불리는 마가렛 대처 전 영국수상은 마흔다섯 살 때 교육부 장관에 오르면서 일약 전국구 정치인으로 떠올랐다. 학교 무상 우유급식을 중단하면서 국민적 반발에 직면하자 "지금 한 병의 우유보다 가치있는 것은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정치인으로서 표를 의식했다면 급식중단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교육부 장관 시절 자신의 신념과 소신을 꺾지 않았던 대처는 장관 후반기 반대 정파로부터도 박수를 받았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진정성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대처는 평소 "가장 좋은 리더는 대중을 현혹하는 말을 삼가고 목표를 달성했을 때 국민 스스로 해냈다는 자신감을 얻도록 해주는 리더"라고 말했다. 교육부 수장인 유 장관이 설을 앞두고 한 번쯤 곱씹어 봐야 할 메시지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