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 '수나무'만 심어서 봄철 알레르기 급증?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19.05.05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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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거리 더러워지지 않도록 암나무 배제… 국내서도 은행나무 수나무로 바꾸기도

봄철마다 반복되는 꽃가루 알레르기의 원인 중 하나는 가로수가 대부분 수나무라는 점이다. /AFPBBNews=뉴스1봄철마다 반복되는 꽃가루 알레르기의 원인 중 하나는 가로수가 대부분 수나무라는 점이다. /AFPBBNews=뉴스1


따뜻한 봄날, 꽃이 피어 볼거리가 많은 시기이지만 날리는 꽃가루 때문에 알레르기 질환 환자들은 고통스러운 때이기도 하다. 봄철마다 반복되는 꽃가루 알레르기의 원인으로 가로수 대부분이 수나무라는 점이 꼽힌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의 과학 전문매체 '사이언피틱 아메리칸'에 따르면 미 농무부(USDA)는 1949년 보고서에서 "가로수를 심을 때는 씨앗이나 열매를 떨어뜨리지 않는 수나무만 골라야 한다"고 썼다. 나무에서 열매가 떨어져 도로가 지저분해지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국에서도 몇몇 지자체들은 은행나무 열매의 악취를 줄이기 위해 수나무로 바꿔 심기도 한다.



미 농무부는 이후 도시계획사업을 위해 암수한그루(자웅동주)인 사이프러스 나무나 쥐엄나무 등을 수나무로 개량했고, 상업 재배자들은 여러 종류의 꽃과 관상용 식물도 수꽃으로 개량해왔다.

문제는 수나무에 열매나 씨앗 등이 맺힐 일은 없는 대신, 알레르기성 꽃가루가 생산된다는 점이었다. 지난 수십년 간 미국에서는 봄철 알레르기 질환자가 꾸준히 증가해왔는데 꽃가루가 원인으로 꼽힌다. 미 연방정부의 국가기후평가(NCA)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 알레르기 질환자는 미국 인구의 10%에 불과했지만 2000년 30%로 증가했다.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계절성 알레르기가 유발하는 천식의 치료, 예방에만 미국인들은 매년 180억 달러(약 21조)를 쓰고 있으며, 미 정부 역시 매년 560억달러(약 65조4500억원)를 지출하고 있다.

식물학자 토마스 오그렌은 "길거리에 암나무를 같이 심으면 수나무에서 나오는 꽃가루와 전기적 충돌을 일으켜, 공기 중 많은 양의 꽃가루를 가두는 역할을 한다"면서 "이는 봄철 알레르기 질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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