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가 부러운 文대통령 "北지령·좌파독재"에 반박했다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19.05.0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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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한국당의 비판에 "낡은 프레임"…靑 "국민청원 매크로 징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2일 원로 간담회는 청와대·여당과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야당을 향해 조목조목 반박한 성격도 짙다.

문 대통령은 정파간, 국민간 갈등이 심해지는 것이 어려운 문제라고 토로했다. 진보-보수, 종북좌파와 같은 프레임은 이미 낡았다고 지적했다. 비록 사회 원로들의 의견에 대한 답변 형식이지만 최근 민감한 쟁점에 대한 문 대통령의 속내가 담겼다.

2일 사회계 원로 초청 오찬간담회/사진=청와대2일 사회계 원로 초청 오찬간담회/사진=청와대


진보-보수-종북좌파 낡은 프레임= 문 대통령은 "이제는 진보·보수 이런 낡은 프레임, 낡은 이분법은 통하지 않는 세상"이라며 "그런 프레임을 없애는데 제 나름대로는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종북좌파라는 말이 개인이나 정파에 대해서 위협적인 프레임이 되지 않는 세상만 돼도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오히려 상식, 실용, 이런 선에서 판단해야 되고 4차 산업혁명이 불러일으킬 엄청난 변화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 생각한다면 진보·보수 이런 것은 거의 의미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당은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것 관련 문 대통령을 "좌파독재"라 비난했고, 이 갈등 끝에 자유한국당 정당해산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자 "북한의 지령"이나 "매크로 의심" 등을 제기했다. 문 대통령은 여기에 "낡은 프레임"이며 "거의 의미없는 것"이라고 답한 셈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매크로 징후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낡은 프레임, 낡은 이분법은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됐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적폐수사에 인식차=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에 대한 언급도 주목됐다. 문 대통령은 "살아 움직이는 수사에 대해서 정부가 통제할 수도 없고 또 통제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국정농단이나 사법농단이 사실이라면 아주 심각한 반헌법적인, 헌법파괴적인 것"이라고 못박았다. 따라서 "국정농단이나 사법농단 그 자체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입장이나 시각이 다르니까 (협치·타협) 그런 것이 어려움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뉴시스】우종록 기자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일 오후 대구 동구 신암동 동대구역 앞 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STOP! 대구시민이 심판합니다!’ 전국 권역별 순회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19.05.02.   wjr@newsis.com【대구=뉴시스】우종록 기자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일 오후 대구 동구 신암동 동대구역 앞 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STOP! 대구시민이 심판합니다!’ 전국 권역별 순회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19.05.02. [email protected]

野, 외교·경제엔 초당적 협력을=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정치권이 정파에 따라서 대립이나 갈등이 격렬하고 또 그에 따라서 지지하는 국민 사이에서도 갈수록 적대감이 높아지는 현상들이 가장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방한했던 피녜라(삐녜라) 칠레 대통령을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그 대표단 속에 칠레 상원의장, 하원 부의장을 비롯한 의원들이 여러 명 동행해 왔다. 함께 왔던 의원들이 전부 다 야당 의원들"이라고 했다. 이어 "삐녜라 대통령님 말에 의하면 여소야대 상황이라서 정치적 대립이 많지만, 여야 간에 외교 문제라든지 칠레 경제를 발전시키는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는 초당적인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더라"며 "그런 말씀이 참으로 부러웠다"고 말했다.

협치 노력 당연한데…많이 만났다= 문 대통령은 협치에 더 노력하겠다면서도 여태껏 기울인 노력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약식 취임식 하기 전에 야당 당사들을 전부 다 방문했고 과거 어느 정부보다 야당 대표들, 원내 대표들 자주 만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도 만들었다"며 "(분기별 개최에 따라) 진작 지난 3월에 열렸어야 되는데 지금 벌써 2달째 열리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처럼 뚜렷한 소신을 밝히는 동시에 반대 진영과 인식차도 확인했다. 협치의 경우, 대통령의 노력부족보다는 야권에 메아리가 없다는 걸 강조한 뜻으로도 읽힌다. 갈등해소와 통합의 묘수를 찾기 위해 원로들을 만난 것은 긍정적이다. 단 문 대통령 스스로 말했듯 "타협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한국당 해산요구 청원 동의자는 이날 170만명을 넘어 계속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오후6시28분 기준 170만1564명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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