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팔았던 MLCC, 이제는 넘쳐서 가격 '뚝뚝'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19.05.02 16:34
글자크기

삼성전기 등 MLCC업체들 1분기 실적 급감

없어서 못팔았던 MLCC, 이제는 넘쳐서 가격 '뚝뚝'


전자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산업을 놓고 논쟁이 한창이다. MLCC는 스마트폰, 컴퓨터, TV 등 전자기기 핵심부품으로 전류전달과 신호전달을 맡는다. 올해 초까지는 고속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재고급증, 판매단가 하락 등 둔화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MLCC 세계2위 삼성전기, 1분기 영업익 24% 감소=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MLCC 세계점유율 2위인 삼성전기 (151,100원 ▼2,000 -1.31%)의 1분기 매출액은 2조1305억원으로 직전분기보다 6.6%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24% 감소한 1902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갤럭시 S10 출시로 삼성전기의 카메라모듈 실적은 나쁘지 않았으나 MLCC 부문의 수요둔화와 가격하락으로 매출액이 전분기 대비 7.7% 감소하면서 영업이익이 급감한 것이다.



삼성전기의 사업은 MLCC가 포함된 컴포넌트솔루션과 모듈솔루션, 기판솔루션 등 크게 3부문으로 나뉜다. 매출비중은 각각 43%, 38%, 19%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사실상 컴포넌트가 전부를 책임지는 구조다.

결국 1분기 영업이익 감소는 MLCC 판매둔화 및 가격하락 여파가 절대적이었다는 얘기다. 삼성전기 뿐 아니라 MLCC 세계점유율 1위인 일본 무라타제작소의 컴포넌트사업부 역시 1분기 매출액이 직전분기보다 16%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가격조정 시작…현재는 재고 쌓여=
MLCC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공급이 모자를 정도로 호황을 맞았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IT용 보급형 MLCC가 가격조정을 받기 시작했고 선두권 업체들이 설비증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공급증가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해 중국 IT 업체들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업황이 급격히 꺾이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6월 16만원대였던 삼성전기 주가는 최근 10만원대 초반까지 하락한 상태다.

문제는 앞으로 전망인데 이와 관련해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의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긍정론과 부정론이 팽팽한데 일단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한화증권 등은 MLCC 시황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을 보인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만 MLCC 업체들의 매출액은 2월 급감세를 기록했으나 3월 조업일수 정상화, 일부 세트 및 EMS(전자제품제조서비스) 업체들의 재고 소진에 따른 물량 증가로 월 매출액이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화웨이의 공격적인 스마트폰 출하 계획으로 일본 MLCC 업체 및 국내 반도체 업체의 물량 확대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5~ 6월에는 MLCC 주문 물량도 의미 있는 증가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자율주행,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등 자동차의 전장부품용 MLCC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도 거론된다.

◇MLCC 바닥론 vs 추가하락론=

그러나 MLCC 업황이 아직 바닥을 찾지 못했고 본격적인 침체기가 시작됐다는 부정론도 만만치 않다. 스마트폰이나 5G(5세대) 이동통신 기기증가, 자동차 전장수요가 늘어난 것은 맞지만 시장의 기대만큼은 아니라는 것이다.

문지혜 흥국증권 애널리스트는 "MLCC 단기 다운사이클 진입 가능성이 높다"며 "무라타제작소 수주잔고의 감소와 동종업체인 TDK의 가이던스 하향조정은 자동차 전장용 MLCC 주문 감소의 영향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모바일용 MLCC 수요는 이미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반영됐는데 현재 상황을 보면 공급대비 수요가 아직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2017년부터 일본 업체를 중심으로 MLCC 산업 전체의 생산라인 전환이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전년대비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던 전장용 MLCC 실적은 주춤하고, 5G 등 통신 MLCC 수요는 아직 성장기에 접어들기 어려워 보인다"고 언급했다.

긍정론 못지않게 부정적인 시각도 확고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삼성전기 등 MLCC 기업들의 주가반등이 쉽지 않아 보인다. 관건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타결여부와 그에 따른 중국 IT기업들의 생산회복 속도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MLCC는 당분간 유통 재고소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2분기 말부터는 회복 사이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이는데 스마트폰 및 PC 신규 모델 수요와 중국시장 회복여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