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소득 3만 달러와 고비용 사회

머니투데이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9.05.02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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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수요 있는 곳에 주택공급…명문대 프리미엄 줄여야"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작년에 3만 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여서 조금 줄었겠지만 큰 변동은 없을 것이다. 이렇게 소득이 늘어났으니 우리의 살림살이는 좀 나아졌을까? 우리는 좀 더 행복해졌을까?

돈이 유일한 행복의 지표는 아니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좀 있어야 행복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순수하게 돈으로만 따져도 단순히 소득이 높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비용도 따져야 한다. 생활에 필수적인 비용이 소득보다 더 늘어나면 돈으로만 따져도 행복해졌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 사회는 고비용 사회다. 특히 소득이 늘어났는데도 우리의 살림살이를 어렵게 만드는 주범은 주거비와 교육비다. 집 한 채 장만하고 애들 교육하고 나면 인생이 끝나버리는 사회는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안타까운 것은 국민적 합의와 적절한 정책만 있으면 관련 비용을 낮추어 많은 국민들이 같은 소득으로도 훨씬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데 그게 잘 안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PIR)’은 지난해 말 중위소득, 중위주택 기준으로 14.3년을 기록했다. 평균적인 가구가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았을 때 평균적인 집을 사는데 걸리는 기간이다. 그런데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은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소득의 절반을 저축하는 것도 벅차겠지만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고 가정해도 평균적인 집을 사는데 거의 30년이 걸린다는 얘기다. 평생을 집 한 채 마련하려고 일해야 하는 셈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특유의 교육현실을 반영한 사교육비까지 더해지면 평균적인 중산층도 허우적대는 인생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이러니 3만 달러고 뭐고 애도 잘 안 낳고 삶도 피곤하다. 나라는 선진국이라는데 나는 힘들고 불행하다. 다행히 강력한 부동산대책으로 최근 집값은 다소 안정된 상황이다. 하지만 금융과 세금규제에 의한 안정이어서 실수요자들까지 어려움을 겪는데다 언제 또 불씨가 살아날지 모른다. 잠잠해진 지금이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때다. 우리나라 집값 불안의 근본 원인은 다른 것들도 많겠지만 결국 살고 싶은 지역에 집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살고 싶은 지역을 많이 만들어 내고 거기에 집을 많이 짓는 정책이 필요하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인기가 있는 지역에는 규제완화로 집을 많이 짓게 하되 개발이익을 환수하여 비인기지역 인프라에 투자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만하다.

교육문제는 해법을 찾기가 더 어렵다. 이해관계가 복잡해 합의가 어렵다. 우리나라 교육문제의 큰 원인은 연과 끈이 중요한 네트워크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좋은 대학 졸업장의 프리미엄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이 문제의 해결 없이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사교육에 의존하는 교육문제 해결은 어렵다. 이 프리미엄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 한편 대학 간 경쟁을 유도하고 경쟁력을 갖춘 좋은 대학들에는 입학정원을 획기적으로 늘려주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하다. 대학의 질도 높이고 좋은 대학에 대한 입학경쟁 완화로 사교육비도 다소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률을 높여 국민들의 소득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살아가는 비용을 줄여주는 것도 국민 행복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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