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에 처박힌 피범벅 흑인소년…과잉제압 경찰 처분은

머니투데이 이소연 인턴기자 2019.04.2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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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청소년, 경찰 폭행당하는 영상 SNS에서 확산 ... 흑인에 대한 경찰의 폭력 다시 수면위로

/Bishop Talbert Swan 트위터/Bishop Talbert Swan 트위터


15세 흑인 소년의 얼굴을 아스팔트 도로에 박아 피범벅으로 만들어 사회적 공분을 산 미국 플로리다주 백인 경찰 2명이 24일(현지시간) 정직되었다.

경찰이 소년을 바닥으로 꽂아 내린 후, 두 손으로 머리를 잡아 수차례 차도에 박고 머리를 주먹으로 가격하는 모습은 시민이 휴대폰으로 촬영된 영상에 적나라하게 담겼다. 18일(현지시간)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뒤 900만명이 시청했으며 8만명 이상이 11만명 이상이 '좋아요'를 눌렀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지난 18일(현지시간) 경찰은 타라막 마을 광장에서 학생 사이 싸움이 벌어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현재 정직 상태인 그레고리 라세라 경찰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현장에서 전날 큰 싸움에 연루됐던 청소년이 무단침입하려는 모습을 포착했다. 라세라가 청년을 체포하는 동안 또 다른 경찰인 크리스토퍼 크리코비치는 "빨간 런닝을 입은 남성"이 바닥에 떨어진 휴대폰을 줍는 것을 확인했다는게 그들의 주장이다.

라세라는 빨간 옷을 입은 소년에게 뒤로 물러서라고 경고했으나 그의 증언에 따르면 소년은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며 "주먹을 꽉 쥐었다"고 한다. 이에 라세라는 소년에게 최루액을 뿌렸고 몸을 던져 그를 바닥으로 눕혔다. 그 후 크리코비치는 엎드려 누운 소년의 몸 위에 올라타 몸무게로 그를 눌렀다. 크리코비치는 청소년이 "싸움을 하거나 경찰과 싸우지 않도록" 취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영상 속에는 주변 시민들이 경찰에게 "아이가 피 흘리고 있어요"라며 소리를 지르는 것 또한 담겨있었다.



가디언지는 경찰의 해명에도 필요 이상의 폭력이자 '아동 학대'라며 비난의 목소리는 커졌다고 보도했다. 래퍼 짐 존스 등 연예인도 SNS를 통해 경
찰을 비난했으며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을 중심으로 '#루카에게 정의를(#JusticeforLucca)'라는 해시태그를 공유하는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소년의 변호인인 수 앤 로빈슨은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고작) 중학교 2학년, 15살이다. 비디오에 담긴 경찰의 행동은 비양심적이다"라며 비난했다. 그는 루카는 경찰이 출동한 광장 맥도날드에 모인 여러 인근 학교 학생 중 하나였으며 반 친구가 떨어뜨린 휴대폰을 주운 것 뿐이라고 밝혔다.

23일에는 경찰서 앞에서 두 경찰관을 해고하라는 시민 집회가 열렸으며 27일에는 주변 공원에서 경찰을 규탄하는 행진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치권도 가세해 플로리다주 민주당 상원의원 개리 파머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청소년에 대한 과도한 폭력"이라며 해당 경찰관 해고를 주장했다.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결국 플로리다 경찰은 크리코비치와 라세라를 24일부터 정직처리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에서 흑인에 대한 경찰의 과도한 진압 및 폭력 행위는 사회적으로 잦은 갈등을 야기하는 사회적 문제다. 지난달에도 피츠버그에서 흑인 소년을 사살한 백인 경찰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수백 명의 시민이 항의 시위를 벌였다. 같은 달 경찰관 2명은 휴대폰에서 새나온 불빛을 권총으로 오인해 비무장 흑인 청년을 사살했으나 정당방위로 인정됐다. 2월에도 캘리포니아주 경찰이 차 안에서 총기를 가진 채 잠을 자던 흑인 래퍼를 검문하는 과정에서 숨지게 해 논란이 됐다.

복스뉴스가 FBI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미국 경찰은 하루 평균 3명, 1년에 1000명 이상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미국에서 일어나는 성인 남성 살인 중 8%에 해당한다. 2012년 FBI 살인 조사 분석 결과 경찰에 의해 사망한 흑인은 전체의 31%였다. 복스 뉴스는 흑인이 전체 미국 인구의 13%에 해당하는 소수 인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더불어 가디언지 조사 결과 경찰에 의해 사망하는 시민의 37.4%는 소수인종이었으며 그중 62.7%는 무기를 소지하지 않은 상태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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