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층이 더 일해야…" 경제성장률 하락 막으려면

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2019.04.26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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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생각 다른느낌]'일자리 창출'이 아닌 '일할 사람 창출'로 고용대책 전환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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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령층이 더 일해야…" 경제성장률 하락 막으려면


인구 감소로 50년 안에 국내 인구 1200만명이 사라져 3000만명대로 줄어들 위기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특별추계’에서는 올해부터 인구의 자연감소가 시작되고 10년 후부터는 총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인구 감소는 노동공급, 소비, 투자 등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스레 줄어드는 경제성장률을 더 빠르게 낮춘다. 경제성장률 하락 효과를 최소화하고 싶다면 인구수를 늘려야 하지만 지금 당장 출생아수가 늘어나도 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족히 30년은 걸린다. 이민자 확대 등 국내 유입 인구를 늘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



다른 방법은 노동 투입 인구를 늘리는 것이다. 15세 이상 노동인구 중 일을 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었던 주부, 학생, 연로자 등 비경제활동인구를 경제활동인구로 편입하는 것이다. 일종의 노동인구 재배치인 셈이다.

현재 국내 15세 이상 노동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은 해외 선진국과 비슷하나 청·장년층(15~64세)이 낮고 노령층(65세 이상)은 높은 실정이다. 인구 감소가 지속되면 연령대별 경제활동참가율에 따라 경제성장률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지난 18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이재준 선임연구위원은 ‘고령화 사회, 경제성장 전망과 대응방향’ 보고서에서 G7, 스웨덴, 일본과의 비교를 통해 인구 감소에 따른 경제성장률 예측과 대응책을 제시했다.

2017년 한국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청·장년층 69.2%, 노령층 31.5%다. 보고서에서는 이 수준의 고용구조를 계속 유지하면 2041년에는 1.0%까지 경제성장률이 내려갈 것으로 예측했다.

그렇다고 경제활동참가율을 G7, 스웨덴, 일본처럼 청·장년층을 올리고 노령층을 내리면 더 나쁜 결과가 나왔다. 오히려 경제성장률이 빨리 하락해 2031년에 0.9%까지 내려간다. 인구가 감소하는데 경제활동참가율을 청·장년층만 높여봤자 노령층이 낮아지면 노동공급 총량이 줄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활동참가율이 청·장년층은 스웨덴(여자), 일본(남자)과 비슷한 81~86%까지 올라가고 노령층은 현재 한국 수준(32%)을 유지할 때 다른 대안들보다 경제성장률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동안 구직활동을 하지 않던 청·장년층과 여성층을 노동시장에 끌어들이고 노령층도 인구가 증가한 만큼 꾸준히 노동시장에 투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베이비붐 이후 세대는 고학력 보유자가 많아 노령층의 고용 가능성이 높고 생산성도 향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지난해 취업자증가수가 줄고 실업자가 늘었다고 고용참사로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노동 투입 인구를 더 늘려야 한다는 말이 어리둥절할 수 있다. 그러나 취업자수, 실업자수, 증가수는 노동인구를 나타낼 뿐이지 고용수준을 판단하는 지표가 아니다. 게다가 생산가능인구가 줄어 취업자증가수가 적게 늘어난 것을 고용참사로 둔갑시키고 일자리창출만 부르짖었다. 이는 장래 인구감소를 무시하고 노동인구 부족으로 인한 경제성장률 하락을 방치하겠다는 심산이나 다름없다.



통계청 특별추계는 올해부터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감소해 앞으로 10년간 300만명 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지난해 이미 노동시장에서는 생산가능인구가 6만4000명 감소했다. 이로 인해 취업자가 4만8000명 줄었지만 고용률은 66.6%로 전년과 같은 역대 1위를 유지했다. 노령층과 청년층 고용률도 모두 10년내 최고수준이다. 전체 실업률은 3.8%로 전년보다 0.1%p 상승했지만 안정적인 수준이며 2017년 OECD국 평균 실업률 6.7%를 감안해서도 상당히 낮은 편이다.

이처럼 인구 감소는 경제성장률을 낮추면서 구인난이 발생하는 양면적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현재 일본이 보여주는 경제와 고용 상황이 바로 그 모습이다. 만일 인구 감소로 인한 경제성장률 하락을 방어하고 고용수준을 개선시키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다면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미 2005년 국가경영전략연구원의 ‘일자리 문제의 실태와 원인’ 자료에서 한국노동연구원 노동보험연구센터 금재호 소장은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을 높여야 하며 실업률보다는 고용률이나 경제활동참가율을 일자리정책의 기준지표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앞으론 ‘인구 없는 성장’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지금까지 고용대책이 ‘일자리 창출’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앞으로는 ‘일할 사람 창출’로 초점을 옮겨야 한다. 그런데 인구수 자체를 늘리는 것만큼 집안일과 아이를 돌보느라 쉬었던 주부와 나이 들어 힘이 없거나 부양대상으로만 인식되던 노령층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내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꾸준히 사회 인식을 변화시키고 노동 시장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을 높여 경제성장률 하락을 방어하고 고용시장 안정을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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