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바다주권 일제용어부터 걷어내야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2019.04.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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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1층엔 국립베를린도서관이 소장한 오래된 지도 사본이 있다. 한반도 우측 바다를 '동해'(Eastern Sea)로 표기한 지도다.

'바다 주권'은 해수부가 그렇게 양보 못할 과제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쓰는 용어엔 주권이 명확치 않다. 여전히 일본식 한자 굴레에 있어서다.



안강망(鮟鱇網)이라는 용어를 보자. 안강은 아귀를 말한다. 그물 모양이 입을 벌린 아귀와 비슷하다는 유래다. 물고기 잡는 그물은 건망, 호망, 승망, 각망, 해선망, 봉수망 등이 있는데 이들 모두 일본식 한자다. 우리 삶 깊숙이 파고든 일제 용어가 정부 자료에 버젓이 들어가 있다. 심지어 법령에 담겼다.

우리 수산관련 법령 모태는 1908년 어업법이다. 일제 강점기 용어가 1953년 만들어진 수산업법에 들어갔다. 그렇다고 100년 넘게 용어가 개선되지 않은 것은 후손들 책임이다.



정부는 한때 의지를 보였다. 해수부는 2011년 일본식 용어 200여개를 발굴해 한글 표기식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법 시행령 용어라 충분히 바꿀 수 있었다.

하지만 8년이 지나서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 주기적으로 담당자가 바뀌어서라는데 아직도 "추진하고 있다"는 수준이다. 허투루 8년을 보냈다.

지난 12일 우리는 일본과 세계무역기구(WTO) 수산물 분쟁에서 역전승했다. '한일전' 승리는 검역주권을 확인한 결과다. 패색이 짙었던 만큼 국민들의 찬사가 이어졌다. 해수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유관부처 노력도 칭찬할 만 하다.


그런데 그날 해수부는 '안강망'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자료를 배포했다. WTO 분쟁과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었지만 일본으로부터 검역주권을 지킨 날, 일제 잔재는 정부 자료에 남아있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기자수첩]바다주권 일제용어부터 걷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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