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軍 행보·러 밀착', 이번엔 美볼턴 '빅딜' 견제구

머니투데이 오상헌 , 뉴욕(미국)=이상배 특파원 기자 2019.04.18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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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북러 임박 속 김정은, 신형 전술무기 사격참관...볼턴, 3차회담 조건 "핵포기 결단 증거 있어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노동신문 제공)2019.3.27/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노동신문 제공)2019.3.27/뉴스1


다음주 북러정상회담 임박 징후가 뚜렷한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일 군사 행보로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북미 대치 국면에서 밖으로는 우방국과 결속을 과시하고, 안으로는 국방력 강화로 전열을 다지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완전한 비핵화 결단의 증거를 보여줘야 3차 북미정상회담이 가능하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24~25일쯤 블라디보스토크 북러 회담 유력



18일 러시아·일본 외신 등을 종합하면, 김정은 위원장은 24~25일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북러정상회담이 블라디보스토크에 열릴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이 26~27일 중국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정상포럼 참석에 앞서 김 위원장과 회담할 것으로 보인다"고 17일(현지시간)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 섬의 극동연방대에서 북러정상회담이 유력하다고 18일 보도했다. 북러정상회담은 2011년 이후 8년 만이자,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 협상 장기화에 대비해 북러 경제협력 강화를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우방인 러시아에 기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국제 공조를 약화하려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



이즈베스티야는 유엔 제재 결의로 연말까지 송환해야 하는 러시아 내 북한 근로자 문제도 의제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반도 문제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푸틴 대통령으로선 북미 협상 등 외교적 노력을 통한 비핵화 문제 해결을 원칙적으로 강조하되, 실질 진전을 위해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이틀째 '국방 행보' 대미압박·대내결속

지난 11~12일 최고인민회의를 전후로 '집권 2기' 진용을 정비한 김 위원장은 이틀째 국방 현장 행보에 나섰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 17일 국방과학원이 진행한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시험을 참관하시고 지도하셨다"고 이날 보도했다. 전날 평양 방어 공군부대에서 전투기 비행훈련을 지도한 데 이은 안보 강화 행보다. 김 위원장의 신형 무기 시험 현장 지도는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만이다.


김 위원장은 참관 후 만족감을 표하면서 "이 무기체계의 개발완성은 인민군대의 전투력 강화에서 매우 커다란 의미를 가지는 사변"이라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전술무기 개발과 시험으로 군사력 강화 기조를 강조하고 미국을 압박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연말까지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핵·미사일 실험 재개 등으로 행동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미 협상의 끈을 놓지 않은 상황에서 대내 결속과 안보 신뢰를 위한 행보라는 관측도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대미 압박 메시지 의도도 있겠지만 대내적으로 인민들이나 군에 주는 메시지도 크다"며 "역설적으로 핵을 내려놓는 상황에서 유엔 재재에 위배되지 않는 재래식무기의 선별적 강화를 통해 최소한 자위에 필요한 재래식 억지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슈퍼매파 볼턴 "빅딜 대화 준비" 새 계산법 일축

이런 가운데 미국은 3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도 '빅딜' 압박을 이어갔다. 이번엔 슈퍼매파인 볼턴 보좌관이 압박 수위를 높였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의 조건으로 미국은 무엇을 주시할 것이냐'는 질문에 "북한이 핵 포기를 위한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진정한 증거"라고 답했다.

북미 정상이 다시 만나려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화는 좋은 것이지만 빨리 갈 필요는 없다"고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발언과 같은 흐름이다. 볼턴 보좌관은 특히 "우리는 빅딜(big deal)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미국에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과 '새 계산법'을 제안한 김 위원장의 요구를 일축한 셈이다.

미국은 북러정상회담과 남북정상회담 성사 여부 등을 지켜보며 대응 전략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볼턴 보좌관은 "우리는 한국 정부와 매우 긴밀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과 이야기해보려고 시도할 예정이어서 매우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북미 교착 국면 장기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마이애미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존 볼턴 백악관 NSC 보좌관이1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대 쿠바 제재안을 발표하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쿠바 내 경제·기업 활동을 옥죄는 정책을 20여년 만에 재시행하고 자국민의 여행·송금도 일부 제한하기로 하며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에 대한 미화를 끝내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 AFP=뉴스1  (마이애미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존 볼턴 백악관 NSC 보좌관이1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대 쿠바 제재안을 발표하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쿠바 내 경제·기업 활동을 옥죄는 정책을 20여년 만에 재시행하고 자국민의 여행·송금도 일부 제한하기로 하며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에 대한 미화를 끝내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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