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국민銀, 수십년 전 아이템을 다시 꺼낸 이유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19.04.15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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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전 '드라이브인' 창구 만들고, 16년 전 '휴대폰 금융 칩' 판매…규제샌드박스로 새 도전

2003년 8월 김정태 국민은행장(오른쪽)과 LG텔레콤 남용 사장이 '뱅크온' 서비스 제휴를 맺고 있다./사진제공=KB국민은행2003년 8월 김정태 국민은행장(오른쪽)과 LG텔레콤 남용 사장이 '뱅크온' 서비스 제휴를 맺고 있다./사진제공=KB국민은행


#1.한일은행(현 우리은행, 상업은행과 합병)은 1981년 8월 26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2가에 새로운 본점을 준공했다. 새 본점은 선진국의 최신 은행 설비를 모두 갖췄다고 알렸는데, 당시 은행마다 앞다퉈 도입에 나섰던 대여금고·야간금고 등보다도 더 화제를 모았던 것은 '드라이브인 창구'였다. 자동차를 탄 채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창구로 미국 등 금융 선진국에서는 이미 운영되던 시스템이었다.

#2.2003년 9월 국민은행과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는 금융 전용칩 기반의 '뱅크온(Bank On)' 서비스를 개시했다. 금융 칩과 전용 휴대폰을 결합해 계좌조회·이체·출금, 수표조회 등의 서비스와 교통카드 기능까지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국민은행 직원들은 영업점 창구에서 금융 칩을 판매했고, LG텔레콤 직원들도 주요 거점의 은행 지점에 부스를 차려 휴대폰을 팔았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의 '금융규제 샌드박스' 우선심사 대상 서비스에 KB국민은행의 '알뜰폰'과 우리은행의 '드라이브 스루 환전·현금인출'이 선정된 가운데 두 은행의 수십 년에 걸친 '콜라보 뱅킹' 도전사가 화제다.

국민은행은 M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 사업자로 독자적인 USIM(유심)을 고객들에게 판매하고, 이 유심에 국민은행 인증 정보를 탑재해 본인 인증을 간소화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위비뱅크'로 환전·출금을 미리 신청한 뒤 차에 탄 채로 음식점과 주유소 등 제휴사를 방문하면, 차량 번호 인식과 개인 인증을 거쳐 외화 또는 현금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두 가지 서비스 모두 국내에서는 생소한 개념으로 '은행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시도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금융과 통신, 금융과 자동차의 결합을 예전부터 시도해 온 두 은행으로선 "오랜 고민의 연장선에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옛 한일은행의 드라이브인 서비스는 승용차를 주로 사용하는 미국에선 일찌감치 1930년대에 등장했지만, 자동차 보급률이 낮았던 1981년 국내에선 "현실과 맞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국내 두 곳의 드라이브인 창구(한일은행과 조흥은행) 모두 활성화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과 LG텔레콤의 뱅크온은 한때 다른 이통사·은행들도 경쟁에 뛰어들면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비교적 값비싼 데이터 비용 등으로 고객 불편이 상당했다. 또 국내 통신 시장이 스마트폰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뱅크온의 효용성도 사라졌다.


그럼에도 두 은행의 도전은 계속됐고 ‘혁신금융서비스’로 곧 실현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창구·ATM(자동화기기)로 대표되던 은행의 전통 채널이 점차 약화되는 만큼, 금융과 이종산업의 콜라보는 새로운 플랫폼을 찾기 위한 필수적 시도"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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