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미국)=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낮 (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로즈가든을 통해 함께 정상회담장으로 향하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2019.04.11. [email protected]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빅딜 속 스몰딜'을 추진한다는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충분히 괜찮은 거래)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현 시점에서는 빅딜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빅딜이란 바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이라면서도 "여러 스몰딜이 있을 수 있다. 단계적인 조치를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큰 맥락에서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빅딜'을 하고, 스몰딜을 속도감있게 추진해 나간다는 문 대통령의 '굿 이너프 딜'과 가까운 구상을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다. '하노이 노딜' 이후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 즉 리비아식 일괄타결을 강조해온 것에서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근본적으로 일괄타결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완전히 그렇게 해야 된다는 것은 아니다"며 "물리적 이유로 (일괄타결이) 불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던 바 있다. 비핵화 조치가 로드맵 대로 이행되는 시간 동안, 북측에 상응조치를 단계적으로 제공할 수 있음을 시사했던 것인데, 이같은 초기 구상이 변하지 않았음을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인했다.
김 위원장에 대한 당근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적인 여러가지 이슈가 있는데, 그 점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식량지원과 같은 논의를 문 대통령과 할 것이다. 2년 전과는 매우 대북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이런 현안을 논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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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수석협상가' 역할에도 다시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하노이 노딜' 이후 비핵화 협상에 힘을 주고,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식 일괄타결에서 한 발 물러나는 모양새를 동시에 취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미국으로 향하는 승부수를 둔 게 성공했다. 마침 김 위원장도 평양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폐기한 기조의 유지를 선언하며 협상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에서의 성과를 안고 김 위원장과의 접촉에 나설 게 유력하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최근 "대북특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던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조만간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겠다고 밝힌 만큼, 판문점에서 원포인트 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충분하다.
문 대통령은 "제2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도 결코 실망할 일이 아니라 더 큰 합의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라며 "이제 중요한 것은 대화의 모멘텀을 계속 유지시켜 나가는 것이다. 또 가까운 시일 내에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