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베팅 통했나, 비핵화 '빅딜 속 스몰딜' 주목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19.04.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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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트럼프 '굿 이너프 딜'에 긍정적…일괄타결서 '단계적 접근' 수용 여부 관건

【워싱턴(미국)=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낮 (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로즈가든을 통해 함께 정상회담장으로 향하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2019.04.11.   pak7130@newsis.com【워싱턴(미국)=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낮 (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로즈가든을 통해 함께 정상회담장으로 향하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2019.04.11. [email protected]


문재인 대통령의 베팅이 통한 것일까.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빅딜 속 스몰딜'을 추진한다는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충분히 괜찮은 거래)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현 시점에서는 빅딜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빅딜이란 바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이라면서도 "여러 스몰딜이 있을 수 있다. 단계적인 조치를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렇다"고 답하며 "단계적인 수순을 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빠르면 적절한 딜이 아닐 수 있다"고 강조했다.

큰 맥락에서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빅딜'을 하고, 스몰딜을 속도감있게 추진해 나간다는 문 대통령의 '굿 이너프 딜'과 가까운 구상을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다. '하노이 노딜' 이후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 즉 리비아식 일괄타결을 강조해온 것에서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본적인 생각이 '기브 앤드 테이크'에 가깝다고 보고 이같은 중재안을 마련해왔다. '하노이 노딜' 이후 미국의 기조가 일괄타결에 가까워졌던 것은 북한의 비핵화 결단을 압박하기 위한 수로 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안한 미국 국내 정치적 입지를 극복하기 위해 외교에서 '강수'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근본적으로 일괄타결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완전히 그렇게 해야 된다는 것은 아니다"며 "물리적 이유로 (일괄타결이) 불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던 바 있다. 비핵화 조치가 로드맵 대로 이행되는 시간 동안, 북측에 상응조치를 단계적으로 제공할 수 있음을 시사했던 것인데, 이같은 초기 구상이 변하지 않았음을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인했다.

김 위원장에 대한 당근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적인 여러가지 이슈가 있는데, 그 점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식량지원과 같은 논의를 문 대통령과 할 것이다. 2년 전과는 매우 대북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이런 현안을 논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수석협상가' 역할에도 다시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하노이 노딜' 이후 비핵화 협상에 힘을 주고,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식 일괄타결에서 한 발 물러나는 모양새를 동시에 취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미국으로 향하는 승부수를 둔 게 성공했다. 마침 김 위원장도 평양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폐기한 기조의 유지를 선언하며 협상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에서의 성과를 안고 김 위원장과의 접촉에 나설 게 유력하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최근 "대북특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던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조만간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겠다고 밝힌 만큼, 판문점에서 원포인트 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충분하다.

문 대통령은 "제2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도 결코 실망할 일이 아니라 더 큰 합의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라며 "이제 중요한 것은 대화의 모멘텀을 계속 유지시켜 나가는 것이다. 또 가까운 시일 내에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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