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재무부는 주요 신흥시장의 채권을 노르웨이 국부펀드 고정수익 자산 추종지수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지수에서 제외된 시장은 칠레, 멕시코, 러시아, 한국, 태국 등 10개 신흥국으로 이들의 국채와 회사채가 제외 대상이다.
멕시코(406억크로네), 말레이시아(170억크로네), 러시아(106억크로네) 등 다른 신흥국 채권자산에 비해 한국의 규모가 큰 편이다.
이같은 포트폴리오 조정의 표면적 배경으로는 운용에의 유지비 절감이 꼽힌다.
시브 옌슨 노르웨이 재무부 장관이 직접 "거래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에스펜 에르라센 노르웨이 국부펀드 자산운용국장(Director general)은 이에 덧붙여 "신흥시장 채권을 운용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채권 등급이 투자등급 이하로 수정되거나 국내총생산(GDP)에 변화가 있을시 포트폴리오 가중치를 바꾸는데도 비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노르웨이 정부가 국가 경제에서 석탄·석유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 신재생 에너지 의존도를 높이려는 노력도 이같은 포트폴리오 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유가 급변동에 따른 경제 취약성을 보완하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적 움직임이다.
'리걸 앤 제너럴' 투자자산운용의 존로 멀티에셋 펀드 대표는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이머징 마켓을 줄이려는 것은 노르웨이가 국가 경제를 에너지 섹터(부문)와 거리를 두기 위한 최근의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흥시장은 주요 글로벌 성장의 엔진임과 동시에 오일 수요 증가를 이끌고, 그것이 다시 오일가격을 올리는 결과를 낳는다"며 "노르웨이로서는 국가 자산과 상관관계가 높은 자산들에 투자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설명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노르웨이 영해인 북해에서 나오는 원유와 가스 판매 수입을 운용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즉, 유가에 의해 수익 변동이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데, 포트폴리오에도 유가 영향을 많이 받는 신흥국 채권을 다량 포함시키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아울러 2000만톤 이상을 채굴하거나 1만 메가와트 이상을 사용하는 전력 회사에 대한 투자도 줄이라는 의회 등 압박을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글로벌 석탄 등 광산 채굴회사인 글렌코어나 BHP, 독일 전력 회사 RWE 등이 거론된다.
이런 배경 속에서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포트폴리오에서 신흥국 채권을 덜고 대신, 신재생 에너지 투자는 확대할 전망이다.
노르웨이 재무부는 국부펀드가 환경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 규모를 종전의 두배인 1200억 크로네(139억6000만달러)로 늘렸다. 또 펀드의 2% 가량을 비상장 재생에너지 인프라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한편,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신흥국 채권 비중을 감소하더라도 의회 승인을 얻어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범위내에서 매각해 나갈 것이란 전망이다. 또 다른 채권보다 더 높은 이율을 주는 신흥시장 채권이기에 시장에서 소화가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독일 코메르츠방크 AG의 울리히 르후트만 통화전략 담당은 "(노르웨이 국부펀드 발표는) 전략적 결정인 것으로 안다"며 "그것이 당장 신흥시장이 약해지고 있다는 징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