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또 외교실수…발틱 국가를 '발칸'으로 표기

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2019.04.0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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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강경화 “재발방지책 마련하라” 지시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의 모두발언을 경청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2019.04.02.   park7691@newsis.com / 사진=박주성【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의 모두발언을 경청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2019.04.02. [email protected] / 사진=박주성


외교부가 또 외교실수를 저질렀다. 북유럽 발트해 일대 ‘발틱’ 국가들을 유럽 동남쪽 발칸반도 일대의 ‘발칸’ 국가들로 공식 보도자료에 표기하면서다.

외교부는 지난달 19일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영문 보도자료에서 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를 발칸 국가라고 기재했다. 당시 보도자료는 외교부 직제개정을 통해 주라트비아 대사관이 신설된다는 홍보성 내용이었다.



외교부는 대사관 신설을 통해 “3국과의 외교관계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실수로 인해 오히려 대상국으로부터 불편한 감정을 초래했다. 라트비아 측에서 “한국 외교부는 지리 수업이 필요하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발틱과 발칸은 지정학적으로 완전히 다르다. 발틱 국가는 20세기 초 구소련에서 독립한 발트해 연안의 세 나라인 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를 의미한다. 발칸 국가는 유럽 동남쪽 발칸반도 일대에 있는 불가리아·터키 일부 지역이나 구유고슬라비아 연방국 등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3일 보도자료상 표기 오류를 인정했다. 다만 그는 “일부 보도에 나온 것처럼 주한 라트비아 대사가 우리측에 강하게 항의한 것은 아니고 이런 것이 있다고 알려와서 정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당국자는 “영문 에디터가 번역하면서 실수를 한 것”이라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관련 문제점에 대한 개선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해서 강화를 한 상태다. 담당과장이 한번 보고 보도자료를 올렸는데 지금은 생산부서에서 더욱 꼼꼼하게 최종적으로 검토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강 장관은 지난달 22일 간부회의와 25일 실국장회의에서 이런 실수에 대한 “재발방지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긴급하고 강하게 지시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다.


강 장관은 ‘발틱→발칸’ 표기 문제를 비롯해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달 아세안 순방 당시 벌어진 ‘인사말 논란’ 등 최근 들어 외교부에서 잇단 실수가 나오는데 대해 “외교부 수장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끼고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이같이 지시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한·말레이시아 정상회담 뒤 '슬라맛 소르(오후인사)'라고 인사말을 했다. 이를 두고 슬라맛 소르는 인도네시아어이며, 말레이시아어인 ‘슬라맛 쁘땅’이 맞는 표현이란 지적이 나왔다.

말레이시아 총리실 관계자에 따르면 슬라맛 소르는 말레이시아에서도 쓸 수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우리 국내적으로는 ‘외교 결례’ 논란이 일었고, 강 장관과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20일 국회 대정부질문 자리에서 이를 실수로 인정했다.

강 장관은 지난달 간부회의에서 “외교관련 사안은 형식이든 내용이든 외교부가 국가를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무거운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프로페셔널리즘이 모자라서 생기는 일에 대해서는 조치를 취하겠다”며 실수에 대해 징계를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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